[국제] 미∙중 관세휴전 연장 합의…트럼프 이번엔 '승리' 자랑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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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90일간 추가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관세 부과 유예 사실을 밝힌 시간은 오후 8시로, 지난 5월 합의한 관세 유예 조기가 종료되기 불과 4시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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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유예 가능성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중 양국이 90일 뒤인 11월 10일 0시 1분까지 재차 관세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며 파국을 피한 가운데,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2기 들어 첫 미·중 정상회담이자 양국의 관세 담판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승리’ 자평 없이…“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방금 중국에 대한 관세 유예를 90일 더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기존) 합의의 다른 모든 조항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짧은 글을 올렸다. 중국과의 합의가 이뤄질 때마다 “미국의 승리”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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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유예 가능성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경찰 업무를 연방정부 직집 통제 하에 두고 군을 치안에 활용할 거란 계획을 직접 발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세 유예 연장에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는 관세 관련 질문이 나오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보자”며 “중국은 아주 잘 대처하고 있고, 나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관계도 아주 좋다”고만 답했다.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 함께 나선 국방·법무장관을 가리키며 “저들을 그냥 서서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다. 워싱턴에 대한 질문은 없느냐”며 화제를 치안 문제로 돌리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中 “대미 반격 조치 중단 또는 취소”

백악관이 공개한 중국과의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5월 12일부터 적용한 24%포인트의 추가 관세 유예기간을 다시 90일간 늘리고, 중국은 보복을 유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중국은) 미국에 대한 비관세 반격 조치를 중단하거나 취소할 것”이란 문구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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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동 성명에 따라 중국 상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4월 9일 발표한 미국 기업 12곳 중 이중용도 물자(군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자) 수출 통제 조치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당초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했지만, 중국이 125%의 맞불 관세와 함께 희토류 등을 무기화하자 지난 5월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는 ‘1차 관세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1차 휴전 이후로도 중국은 6월 2차 협상 때가 돼서야 대미 희토류 수출을 재개했다.

외교 소식통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관세 부과 2차 유예의 핵심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전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있지만,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결과일 수 있다”고 전했다.

AI칩 수출도 시사…중국엔 “대두 더 사라”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인공지능(AI) 분야의 경쟁을 감안해 AI칩에 대한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가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에 부과하는 조건으로 엔비디아와 AMD의 AI칩 수출을 허가했다.

이러한 조치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H20은)신제품에 비하면 오래됐고 중국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신 반도체인 ‘블랙웰’에 대해선 “그것은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성능을) 30~50% 정도 낮출 경우 가능(수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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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유예 가능성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중국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한 뒤 SNS에 “그의 성공과 부상은 놀라운 이야기”라며 “다음 주에 내게 제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태생의 중국계 미국인인 탄 CEO는 지난 3월 경영남을 겪던 인텔의 CEO로 임명됐다. 이후 미 연방 상원의 톰 코튼(공화·아칸소) 정보위원장이 탄 CEO가 중국 공산당 및 군과 관련 있는 반도체 기업에 불법적으로 반도체 기술을 수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만 해도 “다른 해법은 없다”며 탄 CEO의 즉각적 사임을 요구했다.

이에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의 무역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날 오전 SNS에 “중국이 미국산 대두(大豆) 주문을 4배로 늘리길 희망한다”고 적은 정도다.

미·중 정상, 경주서 ‘최종 담판’ 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내 간담회에서 “올해 말 시 주석과의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10월말~11월초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무역 담판을 위한 별도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가장 큰 초점은 중국과의 협상”이라며 “세계 각국과의 무역 협상을 10월 말까지 대략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2차 관세 휴전 종료 직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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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워싱턴 치안 강화와 관련한 기자회견 중 대전차 미사일에 대해 설명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2020년 1단계 무역 합의 때보다 중국의 협상 레버리지가 더 많다”며 “중국이 이를 이용해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적 레버리지로는 희토류 등 사실상 독점한 핵심 광물이 꼽힌다.

반면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물가 상승과 불황이 겹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2일(현지시간) 공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드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미국이 1kg 골드바를 관세 부과 대상으로 분류했다는 보도 이후 금값이 급등한 것과 관련 이날 자신의 SNS에 “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금값은 상승폭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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