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비 회복, 수출 방어에도 건설이 발목…KDI, 올해 성장률 0.8%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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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영향으로 소비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수출도 예상보다 견조하지만, 건설업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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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오른쪽), 김지연 KDI 전망총괄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8월 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KDI는 12일 내놓은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8%로 제시했다. 지난 5월 1.6%에서 0.8%로 낮춘 뒤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과 눈높이가 같다.

최근 주요 투자은행(IB)에서 1%대로 성장률을 높여 잡는 분위기에서 KDI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IB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1.0%로 한 달 새 0.2%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주요 증권사 7곳도 올 2분기 GDP 성장률(전기비 0.6%)이 발표된 이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1~1.3%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KDI가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 배경에는 건설투자 부진이 있다. KDI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8.1%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보다 3.9%포인트나 낮췄다. 상반기 건설투자가 기존 전망보다 부진했던 데다 부동산 시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도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출 규제 강화와 건설 현장 안전사고 여파로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민간 소비 회복이 건설 경기의 부진을 일부 상쇄할 전망이다. KDI는 금리 하락세와 여러 소비 부양책 등을 반영해 민간 소비 증가율을 1.3%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으로) 집행된 금액 일부가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2차 추경의 성장률 상향 효과는 0.1%포인트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6.8%)보다 크게 둔화한 2.1%로 예상했다. 하반기 본격화할 관세 영향을 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고강도 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기존 2~3% 수준이던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올해 1930년대 수준(16.4∼17.7%)으로 크게 올랐다.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 지수도 최근 10년 평균(232) 대비 15배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은 지난 5월 -0.4%에서 1.2%포인트로 1.6%포인트 높여 잡았다. 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 수요 덕에 반도체 등 수출이 늘어난 점을 반영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고율 관세가 지속하면 가격 전가를 미룰 수 없고 올해 선제적 수출 효과가 내년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DI는 내년 수출 증가율이 0.6%로 올해 전망치(2.1%)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미국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이 격화하면 전 세계 경기 둔화로 이어져 성장세가 더욱 부진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미국이 예고한 반도체 품목 관세를 수출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반도체 관세 영향은 세율 등 세부 사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이번 전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5월 9만 명으로 전망했던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5만 명으로 대폭 높여 잡았다. 정부 일자리 사업 확대와 민간 소비 개선 등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2.0%로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상반기 전망보다 0.3%포인트 높지만, 지난해(2.3%)보다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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