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한길 출입금지’ 했지만…욕설·고성 계속된 국힘 PK 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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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야유 사태를 일으킨 전한길 씨가 12일 오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뉴스1]
8·22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두 번째 합동연설회도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의 행사장 출입은 막았지만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후보 지지자 간의 극한 충돌이 재연된 것이다.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PK) 연설회에서 찬탄·반탄 후보가 번갈아 연설을 하는 동안 당원 사이에선 “배신자”란 구호가 나오거나 “꺼져라” 같은 모욕적인 고함이 이어졌다. 전체 당원 선거인단(약 75만명)의 20%에 달하는 15만명의 책임당원이 밀집한 PK 연설회를 앞두고 전당대회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연설 시작에 앞서 모든 후보자들에게 ‘공정 경쟁 준수 서약’을 받았다. 하지만 볼썽사나운 지지지 간 충돌이 이어지며 상호 비방·모함을 배격한다는 서약이 무색해졌다.
‘윤 어게인(Yoon Again)’ 세력과의 단절을 주장하는 조경태 후보가 첫 연설자로 나오자 일부 당원은 “배신자”란 구호를 계속해서 외쳤다. 고성 소리에 4분 이상 연설 대신 양손을 들어 당원들을 진정시켜야 했던 그는 “국민과 당원을 배신한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권을 갖다 받쳤다. 반드시 절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가장 강력한 인적 쇄신을 해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제6차 8·22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조경태, 장동혁, 안철수, 김문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무대에 올라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삼대(三代)가 부산 출신임을 강조한 안철수 후보도 “친길(친전한길) 당 대표, ‘윤 어게인’ 당 대표를 세우면 당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재명 민주당이 파놓은 계엄 정당, 내란 정당 늪에 그대로 빠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 연설 때 반탄 후보 지지자들은 집단적으로 연설장을 빠져 나가기도 했다.
반탄 주자들은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장동혁 후보는 이 대통령을 겨냥해 “사법부를 겁박해 5개의 재판을 멈춰 세운 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라며 “민주당을 앞세워서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이재명을 반드시 탄핵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도 “당 대표가 되면 (이 대통령) 재판을 계속하도록 촉구하는 국민 서명 운동을 시작하겠다”며 “자랑스러운 국민의힘을 지키고 민주당을 먼저 해산시키겠다”고 했다.
지난 연설회에서 전한길씨에게 ‘배신자’ 소리를 들었던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또 다시 강성 당원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배신자 김근식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제6차 8·22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조경태, 장동혁, 안철수, 김문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무대에 올라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날 연설회는 전한길씨의 등장 가능성으로 한때 긴장감이 맴돌았다. 전씨는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언론인’ 신분으로 입장했지만 “배신자” 구호를 외치는 등 당원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전씨는 이날 행사장 입구까지 와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고 철수했다. 대신 행사장에서 약 8㎞ 거리의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으로 가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찬탄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윤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정권에 이어 당까지 말아먹으려는 ‘윤 어게인’ 세력으로부터 당을 지켜야 한다”며 “혁신 후보를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적었다. 윤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5~6일 여의도연구원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계엄 관련 당의 사과가 충분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23%에 불과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오른쪽)이 7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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