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정상회담 남은 13일 긴 시간"…'동맹현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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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까지 남은 13일은 저희에게 정말 긴 시간입니다.”
미국 백악관 당국자는 12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와 준비 상황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아직은 뭔가를 공유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며 이렇게 답했다. 25일로 잡힌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당국 간에 의제 조율 작업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공개할 만한 확정적인 정보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일단 사흘 앞으로 다가온 미·러 정상회담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12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진행한 정례 브리핑의 화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아침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번 회담의 목표는 이 전쟁을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지 보다 확고하고 나은 이해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알래스카 회담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래에 세 정상이 3자 회담을 통해 이 전쟁을 끝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동맹 현대화’ 핵심 의제 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러 정상회담에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와는 별개로 한·미 정부 실무진 간 양국 정상회담 준비 작업도 물밑에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현지 소식통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양국 정상회담은 철저히 ‘미래형 전략 동맹’에 초점을 맞춘 안보 회담 성격이 될 전망이다. 주한미군 역할·규모 재편 및 전략적 유연성을 담은 동맹 현대화 방안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핵심 의제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한국이 대북 방어에 더 주도적 역할을 맡고 주한미군 역할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방향의 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의와 관련해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역량”이라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고 “한국의 대북 억제력 강화”를 여러 번 강조한 것은 그 예고편적 성격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 부담분인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과 함께 국방비를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합의 기준에 맞춰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인상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무역 합의의 결과물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 심화 방안도 양국 간 경제 안보 강화 측면에서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평화 구축화 비핵화를 위한 양국 협력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잘 지내느냐”며 근황을 묻는 등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드러내 왔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정부 무역 협상단이 관세 협상을 하고 있다. 사진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엑스(X) 캡처
“대규모 비즈니스 행사 없을 듯”
지난달 30일 타결된 통상 합의의 구체화는 당초 예상보다는 논의 비중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대기업 총수들이 포함된 상당한 규모의 경제 사절단 동행 의사를 내비쳤으나 ‘백악관 쪽에서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며 “대규모 비즈니스 행사는 잡히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공식 실무 방문’인 만큼 경제 사절단과 수행단 규모는 간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약속한 대미 투자펀드의 재원 조달 및 수익 배분과 관련된 양국 정부 간 입장차 문제가 정상회담 도중 돌발적으로 튀어나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현장 취재진으로부터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받는데, 이 대통령과의 대화 중 대미투자 펀드나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이 취재진 질문을 통해 거론될 수 있다. 한 소식통은 “한국 정부와는 입장이 다른 얘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말한다면 이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로선 정상회담에서 가장 걱정이 될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배경 닮은 이 대통령·트럼프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다만 정상회담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배경과 이력에 닮은 점이 꽤 있기도 하다. 중앙 정치 주류 세력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아웃사이더 출신이라는 점, 대선 전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는 점, 대선 과정에서 강력한 팬덤층이 형성됐고 반대 세력으로부터 물리적 테러를 경험하기도 했다는 점 등이다. 다소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중과의 직접 소통에 익숙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 타결 소식과 함께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알리며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고 한 것도 극우 세력 일각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분명히 선을 긋는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현지 소식통은 “적어도 험악한 분위기 속에 ‘노딜 파국’으로 기록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2월 28일)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백인 인종 차별 문제를 꺼내 회담장 분위기를 얼어붙게 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5월 21일) 같은 외교 참사가 벌어질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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