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둘 다 '우크라 나토 가입' 꺼린다...계산기 두드리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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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6개월째 계속 중인 우크라이나전의 중대 분수령인 ‘알래스카 회담’의 핵심 쟁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영토 획정이다. 이는 단지 두 나라의 국경 분할을 넘어 러시아의 세력권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유럽의 투사력을 어느 만큼 뒤로 물리냐에 관한 지정학적 파워 게임이 달린 일이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러시아는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에 더해 2022년 개시한 전면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주, 남부 자포리자·헤르손주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점령한 상태다. 러시아는 이 가운데 돈바스로 불리는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주를 반드시 자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크림반도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남부 지역은 전선을 동결하는 선에서 러시아가 실효 지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분석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려면 영토 일부를 포기하는 게 불가피한 실정이다. 제성훈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군의 돈바스 철수를 전제로 러시아가 수미·하르키우주에서 확보한 완충지대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면 휴전 또는 종전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떼주어 러시아의 서진(西進)을 인정하고, 지정학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유럽과 러시아의 완충지대로 설정하는 결과로 종결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신재민 기자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 포기 대가로 내걸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룰지도 관건이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는 물론이고 서방의 군사 지원 중단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관철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나토의 확장을 달가워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이 나토에서 부당하게 많은 부담을 진다고 보는 탓이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문제는 안전 보장과 분리될 수 없다”고 연일 강조 중이다.

신재민 기자
인프라·에너지 개발 등 경제협력과 미국의 러시아 제재 완화 등 미·러 관계 복원 역시 쟁점 중 하나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미국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에너지 공급망을 확충하려 한다”면서 “러시아로서도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서방의 대러 제재를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 완화를 약속받으면 그간 국제 무대에서 소외됐던 러시아가 ‘정상국가’로 복귀하는 신호탄이 된다. 미국이 1867년 제정 러시아 때 구입한 알래스카에서 양국 정상이 만남을 갖는 것 자체가 경색 국면에 있던 미·러 관계의 재설정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 미국과 러시아가 풍부한 북극 자원을 공동 개발하거나 북극 항로 개척에서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밖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단된 러시아와 미국간 직항 노선이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
정상회담을 통한 구체적 합의 도출을 떠나, 회담 자체가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이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일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를 리셋(재설정) 할 기회로 보고 있다”며 “러시아 국영 언론들은 두 강대국 간의 화해로 이번 정상회담을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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