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본 네덜란드 스페인 춤꾼들 한국 무대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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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 안무단체인 산카이 주쿠를 비롯해 네덜란드, 스페인, 자메이카 등 다양한 국적 출신 안무가들의 세계적인 무용 작품이 국내에서 잇따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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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 무용단체 산카이주쿠의 '코사'. 산카이주쿠

한국 대표 국제 무용축제 ‘창무국제공연예술제’는 오는 22∼3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포스트극장, 세종시 세종예술의전당에서 31번째를 무대를 선보인다.

민간 안무단체 창작무용연구회(창무회)가 1993년 처음 시작한 이 축제는 재정 문제로 건너뛰었던 2014년과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는 ‘대지의 목소리’가 주제다. 창무국제공연예술제의 산파이자 한국 무용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꼽히는 김매자 집행위원장은 “세계 무용수들이 각자의 터전에서 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할 시기라고 생각해 주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 받는 공연은 일본의 대표 안무단체인 산카이 주쿠의 ‘코사’(KOSA)다. 지난 2022년 창작된 코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견디며 미래를 내다보고 세상을 재건하는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오는 26일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선다.

네덜란드의 신예 안무단체인 ‘콜렉티프 맘’(Collectief Mamm)은 춤과 서커스를 결합한 ‘섬싱 엘스’(Something Else)를 선보이며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2023년 창작된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끝없이 외로운 경쟁을 해야 하는 이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28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관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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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제31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대지의 목소리' 기자간담회에서 김매자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안무단체 중엔 조윤라발레단과 백연발레프로젝트, 안다미로아트컴퍼니 등이 창작 작품을 들고 이번 축제에 나선다. 축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최지연 예술감독은 “‘대지의 목소리’라는 주제를 통해 공연 예술가들의 창작 의지와 상상력을 일깨우고 국내외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협력하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 본부가 주최하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는 다음 달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 은평문화예술회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등에서 열린다. 한국 포함 13개국이 참가해 38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로 28회를 맞이한 시댄스는 지난 1998년 서울에서 13차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세계총회를 유치를 계기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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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 베하리의 '바티 보이(Batty?Bwoy)'. 사진 세계무용축제

이종호 예술감독은 올해 시댄스에 대해 “인간과 인류를 깊이 응시하는 작품들이 함께 한다”며 “각기 다른 문화권과 춤 언어를 배경으로 증오와 냉소를 넘어 연대와 치유를 찾으려 애쓰는 몸짓들이 예술로 승화되는 현장을 관객 여러분이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시댄스는 5개 작품을 ‘광란의 유턴’이란 주제로 묶어 선보인다. 최근 전세계적인 정치적·사회적 퇴행을 무용 언어로 해석하고 시민들과 함께 성찰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대표 작품으로는 노르웨이와 자메이카 혈통 안무가인 하랄 베하리의 ‘바티 보이(Batty Bwoy)’가 있다. 바티 보이는 자메이카에서 성소수자 남성을 폄하하는 속어다. 하랄 베하리는 금기시되는 욕망과 사회적 낙인의 흔적을 춤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2023년 노르웨이 최고의 공연예술상인 ‘헤다상’에서 ‘최우수 무용작품상’을 수상했다. 다음 달 1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스페인 코르도바 출신의 안무가 안토니오 루스가 이끄는 ‘안토니오 루스 무용단’은 ‘파르살리아’(Pharsalia)를 선보인다. 고대 로마 내전을 다룬 루카누스의 서사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평화를 향한 열망을 담은 이 작품은 스페인 공연예술계 최고 권위 ‘탈리아 상’에서 최우수 안무상을 받았다. 다음 달 28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시댄스 폐막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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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출신 안무가 아르민 호크미의 '쉬라즈'(Shiraz). 사진 서울세계무용축제

이란 출신 안무가 아르민 호크미의 ‘쉬라즈’(Shiraz)는 춤을 통해 집단의 기억을 공유하고, 함께 추는 행위 자체를 저항과 실천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다음 달 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올해 시댄스에선 벨기에-한국 국제합작 프로그램인 ‘SOIT/한스 판 덴 브룩 X 김영미댄스프로젝트(SOIT/Hans Van den Broeck X KYM Dance Project)’, 한국의 무용단체 ‘무트댄스’와 헝가리의 대표 무용단 ‘죄르 발레단(Győri Balett)’의 합작 프로젝트 등도 선보인다.

이종호 감독은 “연극이나 음악 등 다른 장르에 비해, 그리고 다른 나라 무용가들에 비해 한국 무용가들은 사회·정치적 이슈에 상대적으로 무심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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