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광복절 ‘택배 없는 날’…일부선 “택배 일 없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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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업체들이 매년 8월 15일 전후 하루를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 쉬는 가운데, 지난 13일 경기 부천시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CJ대한통운 택배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올해도 8월 15일 광복절 연휴를 맞아 택배 업계가 잠깐 숨을 돌린다. 고용노동부와 주요 택배사가 2020년부터 매년 광복절 전후로 하루를 ‘택배 쉬는 날’로 정한 덕분이다. 택배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8·15 휴무’를 두고 택배 업계는 물론 소상공인 등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올해 택배 쉬는 날엔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14~15일),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로젠택배(15~17일) 등 4곳이 참여한다. 우체국소포는 14~18일 쉰다. 택배 노동자 다수는 긍정적이다. CJ대한통운이 지난 6~7일 자사 택배 노동자 1751명을 설문한 결과 택배 쉬는 날에 하고 싶은 활동으로 가족여행(70.1%), 휴식(17.6%), 자녀와 외출(8.7%), 고향 방문(3.6%)을 꼽았다.
하지만 택배 시장 1위(지난해 시장점유율 37%)인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와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춘 컬리는 광복절 연휴에도 택배를 이어간다. 이미 주 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은 11일 서울 신천동 쿠팡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은 택배 업계 노동 조건을 악화시킨 주범이다. 택배 쉬는 날에 동참하지 않으면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LS 관계자는 “충분한 ‘백업(대체근무) 기사’를 확보했기 때문에 매일 택배 노동자 중 30%는 휴무일 정도로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택배 쉬는 날이 탄생한 배경은 택배량이 급증하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량은 2019년 27억8000만건에서 지난해 59억6000만건으로 2배 이상 규모로 늘었다. 주 7일은 물론 당일·새벽 배송까지 업체 간 ‘배송 전쟁’이 불붙었다. 최근 폭염에 따라 지난달에만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3명이 숨지는 등 열악한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년에 하루이틀쯤 느린 배송도 괜찮다는 소비자의 뜻도 반영됐다.
하지만 모두가 택배 쉬는 날을 반기는 건 아니다. 택배 기사마다 근로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다수는 택배사 또는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본인 명의 사업자로 일한다. 개인이 차량을 특정 택배사·대리점에 등록해 운영하는 지입(持入)제 방식도 있다. 쿠팡·컬리 등 이커머스는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일부 택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도 한다.
고용 형태에 따라 노동법, 4대 보험 적용 여부는 물론 근로 조건이 다르다. 택배 대리점에서 일감을 받는 대다수 경우에 택배를 하루 쉬면 20만~50만원가량 소득이 줄어든다. 쿠팡의 위탁 배송 노동자가 모인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지난 7일 서울 역삼동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필요한 강제 휴무로 수입을 날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 없는 날이 ‘일할 권리’를 뺏는다는 주장이다.
택배에 의존하는 소상공인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통신판매업자 수는 57만여 명에 달한다(2023년 기준).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관계자는 “택배사가 일시에 배송을 멈추면 온라인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판로도 막힌다”며 “유통기한에 민감한 신선식품을 폐기해야 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 형태가 다양한데 일률적으로 택배 쉬는 날을 강제하면 광복절마다 불필요한 논란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1년에 하루 쉬는 건 일회성 조치에 불과한 만큼 택배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공감대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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