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좀비 본능이 점점 강해지는 딸, 아빠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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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기'의 웨이드(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매기(아비게일 브레스린)를 극진히 보살핀다. 사진 누리픽쳐스
영화 '좀비딸'(지난달 30일 개봉)이 15일 현재 375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현 추세로 보면 400만을 넘어 500만 관객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려는 아버지 정환(조정석)의 눈물겨운 부성애를 그렸다.
영화 '좀비딸'의 새드엔딩 버전, '매기'
동명 원작 웹툰의 새드 엔딩을 희망적 여운의 열린 결말로 바꾼 게 흥행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덕분에 40대 관객을 중심으로 한 가족 관객을 대거 끌어모을 수 있었다.
영화에서 정환은 수아가 좀비가 되기 전 기억을 갖고 있는 데다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갖고 극진하게 딸을 돌본다. 만약 좀비가 된 딸의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바이러스 치료제 같은 한줄기 희망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런 비극적 상황을 그린 예전 영화 한 편이 영화 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2016년 국내 개봉한 영화 '매기'(헨리 홉슨 감독)다. 내용은 이렇다.

영화 '매기' 포스터. 사진 누리픽쳐스
세상은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폐허가 됐다. 다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바로 좀비로 변하지 않고 6~8주 후에 좀비가 된다. 그래서 감염자들은 좀비가 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감염자 격리 시설로 향한다.
웨이드(아놀드 슈워제네거)는 갑자기 사라진 딸 매기(아비게일 브레스린)를 찾아내지만, 매기는 이미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딸을 차마 감염자 격리 시설에 보내지 못하는 웨이드는 딸을 집으로 데려와 지극 정성으로 보살핀다.

영화 '매기'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매기(아비게일 브레스린)는 점점 좀비 본능이 강해진다. 사진 누리픽쳐스
하지만 나날이 좀비의 본능이 강해지는 매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어린 아들을 둔 새엄마도 집을 떠난다. 가슴이 아픈 건 매기도 마찬가지다. 점점 좀비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이 두렵고 혐오스러울 뿐 아니라, 이러다 좀비로 변해서 가족을 해칠까 걱정이 된다. 감염자 격리 시설에 들어가는 것도 무섭다.
공공선을 위해선 매기를 감염자 격리 시설로 보내는 것이 이성적인 선택이란 걸 웨이드도 잘 안다. 하지만 부성애가 이성을 압도한다. 마지막에 웨이드는 자신의 손으로 딸을 직접 '처분'해야 할 순간을 맞이하지만,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영화 '매기'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매기(아비게일 브레스린)는 점점 좀비 본능이 강해진다. 사진 누리픽쳐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매기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좀비 본능이 완전히 자신을 잠식하기 전, 자신의 의지로 행하는 마지막 선택이다. 매기의 투신 자살을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그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 엔딩이 슬픔과 함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좀비딸'처럼 좀비라는 장르를 통해 비극에 휘말린 인간의 슬픔과 사랑, 희생의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제작에도 참여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부성애 연기, 아비게일 브레스린의 열연이 비극적 서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영화 '좀비딸'의 정환(조정석)은 좀비로 변한 딸 수아(최유리)를 사람으로 돌려놓기 위해 온갖 훈련을 시키는 등 고군분투한다. 사진 NEW
'좀비딸'에서 아버지 정환 역을 맡은 조정석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영화 속 설정과 달리,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의 희망이 없다면 정환은 어떻게 했을까'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정환은 딸 수아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집에 꽁꽁 숨길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저 또한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하면,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2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딸을 데리고 외딴 섬에 가서 함께 살아야죠. 아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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