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부동산업자 vs KGB…7년전 푸틴 전략에 말렸던 트럼프, 이번엔

본문

미·러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실패 확률이 25%”라며 기대감을 대폭 낮췄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장기적 평화의 조건을 만들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올렸다.

17552315123586.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2018년 헬싱키 회담 때 푸틴의 전략에 말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7년만의 회담을 놓고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유은 성급한 회담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

“취임 당일 끝낸다”→“실패 확률 25%”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 미국 알래스카 앨커리지에 있는 엘먼도프-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만난다. 한국 시간으론 16일 오전 4시 30분이다. 알래스카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를 이유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과거 회담이 열렸던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을 피해 정해진 장소다. 미국은 자국민 체포 가능성을 들어 ICC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비회원국이다.

1755231512586.jpg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사회보장법 제정 90주년과 관련한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우크라이나 정상까지 참여하는 3자 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어느 정도 경계와 땅 등에서 주고받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푸틴)가 합의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회담이 성공적인 회담이 되지 않을 25%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나는 그들(러·우)의 딜을 협상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이 그들의 딜을 협상하게 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대선 내내 “취임 첫날 전쟁을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차이가 나는 반응이다.

노벨상 활용한 맞춤 전략?…“장기 평화 만들 것”

반면 푸틴 대통령은 적극적이다. 그는 이날 러시아 고위 관료들과의 면담에서 “(트럼프는) 상당히 정력적이고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전쟁 종식에서 더 나아가 미국과의 새 군비통제 조약 논의에 착수할 뜻까지 내비쳤다.

17552315128134.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이번 회담에 국방장관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의 고위 관료들을 대거 참여시키면서 회담의 주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는 경제협력 분야로 확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이번 회담으로 양국과 유럽, 전 세계의 장기적 평화를 위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통해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기도 했다.

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뒤 소셜미디어(SNS)에서 노벨상을 7차례 언급했다. 이중 6차례가 종전 논의가 본격화된 6~7월에 몰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지난달 4차례 브리핑 중 3차례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쟁 종식과 전후 평화 비전까지 제시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지금껏 트럼프 대통령에게 효과를 발휘했던 아첨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업자 vs KGB’ 대좌…7년만의 리턴 매치

두 사람의 만남은 2018년 헬싱키 회담 이후 7년만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개입 의혹을) 아니라고 했다”며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을 불신하고 푸틴을 옹호했다. 이를 놓고 부동산업자 출신의 대통령이 비밀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의 전략에 말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7552315130546.jpg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 주요 참모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이번 회담은 통역만 동반한 두 정상의 일대일 단독회담 형태로 진행된다. 이후 대표단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으로 이어지지만 핵심 사안은 양국 정상이 직접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헬싱키 회담 때만 해도 트럼프를 보좌하고 견제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참모들이 많았지만, 이번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전문가들이 대부분 축출되면서 안전장치마저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번 회담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지난주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성사됐다. 그는 부동산업자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40년 지기 골프 친구다. 미국 협상단 소속 인사 가운데 외교 역량을 갖추면서도 푸틴을 공개 비판했던 인사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한다.

17552315132835.jp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둔 14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위 참가자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러시아측 수석 경제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이날 CNN에 “회담이 잘 진행되면 양국 관계를 재설정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쟁 관련 논의는 물론 경제협상으로 논의 주제를 확장할 뜻을 시사했다.

미국인 59% “트럼프 정상회담 불신”

미 여론조시가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10일 미국 성인 3554명을 대상으로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1.8%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17552315135194.jpg

미러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시위대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편들고 있다는 응답은 33%,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는 의견은 28%였다. 우크라이나 편을 들고 있다는 응답은 6%로 나타났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과 너무 많은 지원을 제공한다는 응답은 각각 29%와 18%를 기록했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울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선 50%가 ‘그렇다’고 답했고, 47%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갈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42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