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째라"던 강남 고액 체납자…"세금 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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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체납자 가택수색 압류품 공매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BTC)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암호화폐 가치가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서울 자치구가 암호화폐를 활용해 체납한 세금을 받아냈다.
강남구는 15일 “서울시와 협력해서 한 고액 체납자 재산을 압류하고 체납액 2억1000만원 중 1억4000만원을 징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강남 고액체납자 지갑 이렇게 털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각)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진은 14일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현황판에 표시된 비트코인 시세. [연합뉴스]
강남구는 암호화폐에 주목했다. 우선 강남구는 특정 기간 특정 금액 이상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악성 고액 체납자를 집중 관리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렇게 일부러 세금을 내지 않는 상당수 체납자는 이미 재산을 가족·지인·차명 법인 명의로 바꾸거나, 사실상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을 서류상 매매·증여 형식으로 넘겨두는 방식으로 추적 회피하곤 했다.
강남구는 이 점에 착안해 이들이 주식·동산·부동산 대신 본인 명의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를 찾아 고액 체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 자료를 확보했다.
강남구가 확인 결과, 주민 A씨는 체납세금 전액을 납부하고도 남을 만큼 상당한 규모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
납부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강남구는 즉시 A씨의 가상자산을 압류 조치하고 A씨에게 통보했다. A씨는 가상자산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손발이 묶이게 됐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압류한 귀금속, 명품백, 현금, 시계 등 동산 [사진 서울시]
결국 A씨는 두 손을 들었다. A씨는 강남구에 압류를 먼저 풀어주면 체납액을 즉시 납부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간 체납한 A씨를 강남구는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강남구가 수차례 세금 납부를 독려했는데도 들은 척도 안했던 터였다.
강남구는 압류를 먼저 해제하는 대신 세무관리과 관계자가 A씨와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를 방문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가상자산 압류를 해제하는 동시에 체납액 1억2000만원을 확보했다.
강남구 세무관리과 관계자는 “강남구 주민 중 상당수는 상당한 규모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며 “A 씨처럼 이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활용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서울 자치구 최초 가상자산 압류

서울 강남구청의 모습. [사진 강남구]
가상자산 압류는 체납자가 세금을 자진 납부하는 ‘나비 효과’도 불러왔다. 탈세하려고 가상자산에 지나치게 큰 자산을 배분, 가상자산 전체가 묶여버리면 차라리 세금을 내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등록면허세 등 19건을 체납한 강남구민 B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금까지 본인 명의의 재산이 0원인 ‘무재산자’라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거액을 넣어둔 암호화폐가 묶이자 “가상자산까지 압류할 줄은 몰랐다”며 체납액 140만원을 납부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강남구가 지난해부터 징수한 세금은 총 2억원 수준이다. 체납자가 보유한 3억4000만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압류한 결과다.
앞서 강남구는 1~2월엔 가상자산을 압류하겠다는 ‘예고 조치’만으로도 1억2000만원을 별도로 받아내기도 했다.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압류 예고와 납부 독려를 병행한 결과, 강제 집행을 하지 않고도 세금을 징수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런 체납 세금 징수 방식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로 확산했다. 최근엔 서울시 차원에서 자치구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체납자 가상자산을 일괄 조회·압류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강남구는 보다 효율적으로 체납 세금을 받아내는 시스템도 고안하고 있다. 현재는 체납자가 직접 본인 명의의 가상자산을 매도한 뒤, 여기서 체납 세금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해 2분기부턴 가상자산을 비영리법인 계좌로 이전한 다음, 이를 강남구가 직접 매각해 세금을 받아내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하면 가상자산 매도 직후 체납자가 돈을 빼돌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장기 체납자는 예외 없이 가상자산을 압류 조치하고 있다”며 “성실한 납세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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