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나같은 몸도 해냈다"…손가락 없는 외야수, 日고시엔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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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 출전한 기후상고 3학년 요코야마 하루토. NHK 캡처

15일 일본 효고현의 한신 고시엔 구장.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가 한창인 이곳에서 기후상고의 7번 타자가 나타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배트를 잡은 그의 왼손은 손가락이 없어 주먹을 쥔 듯 보였다. 타자는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안타를 날렸다. 경기 결과는 4대 3. 기후상고는 구마모토의 도카이대부속 세이쇼고교를 꺾고 3회전에 진출했다.

이날 기후상고의 7번 타자로 나선 외야수는 3학년 요코야마 하루토(横山温大)였다. 요코야마는 앞서 니치다이 야마가타와의 2회전에서도 2안타 1타점을 기록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요코야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까지 왼손이 미끄러지지 않고 배트를 밀어 넣을 수 있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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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는 태어날 때부터 왼손에 손가락이 없었다. NHK 캡처

요코야마는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없었다. 3남매 중 막내인 그는 형과 누나와 함께 자연스럽게 야구에 발을 들였다. 초등학교 3학년에 형이 뛰었던 팀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왼손에 의수를 붙인 채 글러브를 꼈다. 요코야마는 “다른 선수와는 다르지만 안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불편한 손은 핸디캡이 아니라 무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의수를 버렸다. 감각이 없는 왼손으론 공을 받기가 어려웠고, 프로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 짐 애보트를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오른쪽 손이 팔목까지 밖에 없지만 캘리포니아 에인절스(LA 에인절스)에서 투수로 활약했다.

다만 요코야마는 애보트와 달리 수비에 매진했다. 다른 선수와 차별화된 강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러브를 낀 오른손으로 공을 받고, 재빨리 글러브를 벗고 던진다. 지금처럼 되기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공을 잡은 직후 글러브를 풀고 갈아끼는 시간을 0.1초라도 줄이기 위해 계속 연습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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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를 낀 오른손으로 포구하는 요코야마. 공을 잡은 후 재빨리 글러브를 벗고 던진다. NHK 캡처

가족들도 그의 꿈을 전폭 지원했다. 아버지는 매일 배팅 연습을 도우며 “남들의 몇배로 훈련하지 않으면 위로 올라갈 수 없다”고 했다. 형 코다이는 “어릴 때부터 엄청나게 노력한 동생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노력은 빛을 발했다. 야구 명문인 기후상고에 입학해 꿈의 무대인 고시엔에서 당당하게 선발로 출전했다. 후지이 준사쿠(藤井潤作) 감독은 “(요코야마는) 남들보다 더 고생하면서도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대해달라고 한다. 정말 믿음직스러운 선수”라고 말했다.

기후상고는 오는 17일 오이타의 메이호고교와 맞붙는다. 요코야마는 “이런 몸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며 “나 같은 아이들에게 용기나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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