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2일, 月2700만원" 공고도 떴다…전공의 퇴사에 지역병원 &#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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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윤병원 응급실 진료 중단 안내문. 사진 밀양시청

전북 정읍시 A병원 응급실은 요즘 비상이 걸렸다. 근무 의사 6명 중 3명이 한꺼번에 퇴직 의사를 밝히면서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떠나는 3명은 모두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해 수련병원으로 '원대 복귀'를 하려는 전공의다. 사직서를 낸 한 전공의는 "원래 오려는 사람이 별로 없는 자리라 쉽게 구해지지 않을 텐데, 환자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공의 복귀에 지방병원 타격, 왜

1년 6개월을 넘긴 의·정갈등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지방 병원 곳곳에 전공의의 '퇴사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 중 일부는 '응당'(응급실 당직), '요당'(요양병원 당직) 인력 등으로 일선 병원에서 일해 왔다. 지난 11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자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응급실과 병동 운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경남 밀양윤병원은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자진 반납하고 응급실을 폐쇄했다. 응급실 의사 5명 중 전공의 3명이 동시에 사직해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밀양 내 유일한 지역응급의료기관이었다. 밀양시청 관계자는 "의사 인건비가 크게 오른 데다 새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 더는 응급실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라고 전했다.

만성적인 의사 구인난에 시달리던 지역 공공의료원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사직 전공의를 채용해 버텨왔는데, 이들이 이탈하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2일 충북 청주의료원은 응급실 전담의 2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1일 24시간 근무 후 4일 쉬는 방식으로, 전문의 면허가 없는 일반의를 뽑는데 월 2200만~2700만원(세전) 급여를 내걸었다. 의료원 관계자는 "전공의에 의존했던 지방 의료원들이 동시에 구인에 나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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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한 지난해 6월 이후 약 8000명이 의료기관 취업 시장에 나왔고, 전국 1·2·3차 병원에서 일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수련병원을 사직하거나 임용을 포기한 전공의 8110명 중 5501명(67.8%)이 일반의로 취업했다. 한 지방병원 관계자는 "의사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이 대신 잇몸' 격으로 전공의를 채용했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복귀하니 비수도권의 의료 공백이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전공의의 복귀 움직임은 전국적인 구인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의 사직으로 응급실 당직의를 구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국적으로는 수천 명이 일시에 빠져나갔다.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3명이 동시에 떠난 한 병원 실장은 "의·정 갈등으로 의사 배출이 최소 2년은 끊겨 의사 몸값이 치솟은 상황인데, 전공의마저 빠지니 2차 병원에겐 직격탄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소재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퇴사로 빈자리가 나자 지방에서 일하던 의사들이 그 자리로 이직하고 있다. 지방 요양병원은 도미노처럼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안정적으로 근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지역 여건에 맞는 의료 시설을 유지하고, 응급·중증 환자는 신속히 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 원장은 "응급실 내원 환자의 절반이 비응급 환자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정부는 응급실 이용 체계를 재정비하고, 문제가 되는 지역에서 거점 병원과 배후 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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