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원장 지인 정치인에 안부 연락…국정원 “징계"에 법원은 “취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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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장과 친한 정치인에게 자신의 승진 조력을 청탁한 의혹으로 징계를 받은 국정원 직원이 행정 소송 끝에 징계를 취소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국정원 직원 A씨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소송에서 청구를 인용했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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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청사 전경. 사진 국정원

A씨는 박지원 원장 시절 두 차례 부정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으로 2023년 12월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첫째 사유는 “박 전 원장과 친분이 깊던 B 전 시의원에게 연락해 본인 승진을 조력해 줄 것을 암시”했으며 이후 “원장 비서실장을 통해 ‘B 전 시의원이 원장에게 문자를 계속 보내고 있는데 중단할 것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 등 실제 본인 승진을 부탁했다는 사실도 인지”했다는 점이었다.

이런 내용은 박 전 원장 때 작성된 ‘인사 관련 종합’ 문건 중 A씨 관련 부분에 B 전 시의원 이름과 함께 ‘문자 발송 자제 조치’라고 기재된 문구를 토대로 나왔다. A씨 역시 박 전 원장 때 “원장 비서실장으로부터 ‘B 전 시의원이 원장에게 자꾸 문자를 보내 불편해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달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아울러 “안부 인사를 하면 저를 신경 써주지 않을까 생각은 하긴 했다”고도 진술했다.

두 번째 징계 사유는 “2021년 1월 C 전 부사장이 전화를 걸어와 ‘박 원장을 잘 알고 있는 완도 출신 회장님과 식사 중인데, 너 얘기를 해 주겠다’며 청탁 제의했으나 그 제안을 거절하는 대신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 특정4급 직원을 추천했다”는 혐의였다. 해당 통화 후 A씨는 C 전 부사장에게 “후배를 잘 챙겨달라”는 취지의 문자도 보냈다.

법원 "간접 정황들, 고도의 개연성 없어"  

하지만 법원은 “인사 청탁에 관해 막연한 의심을 넘어 이를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계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의 징계 근거가 “모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도, 간접 정황들만을 추려 모아 구체적인 인사 청탁을 인정하는 것은 쉽게 허용될 수 없다”면서다.

예컨대 B 전 시의원이 박 전 원장에게 연락한 것은 “A씨와 관련해 연락했음을 뒷받침할 뿐이지 인사 청탁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것까지 분명하게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A씨와 상당 기간 쌓아온 친분 때문에 인사 청탁이 없었음에도 박 전 원장에게 A씨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다른 해석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A씨가 “저를 신경 써주지 않을까 생각을 하긴 했다”고 한 부분도 “묵시적 인사 청탁을 자인하는 취지라기보다는 박 전 원장과 잘 아는 B 전 시의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인정하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

C 전 부시장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A씨가 다른 후배를 언급한 것은 “부정청탁에 관한 C 전 부사장의 권유를 상대방의 심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완곡하게 우회적으로 거절한 것이거나, 단순히 오랜 기간 승진 문제로 고생한 후배를 잘 챙겨달라는 취지의 막연한 당부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조사나 등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국정원장이 교체된 직후 전 원장 재임 시절에 작성된 문건의 일부 기재만을 기초로 징계처분했다”며 “위와 같이 불충분하고 단편적인 근거에만 의존해 중대한 비위행위인 부정한 인사 청탁이 있었다고 단정한 징계처분이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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