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농협 직원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VIP 고객 집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는 등 강도 행각을 벌인 경기 포천농협 직원의 범행 배경에는 희귀병 치료비로 생긴 채무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송치된 포천농협 직원 A씨(30)는 약 1억 4000만 원의 채무를 갖고 있었다. 대부분 금융권 신용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농협 입사 전 육군 특수부대 부사관으로 임관해 중사로 전역한 A씨는 복무 중 부상으로 희귀병을 얻어 만성 통증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받으며 치료를 이어갔으나, 병원비 부담과 부모 부양 등 가정사까지 겹치며 생활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경찰은 이 같은 복합적 요인이 범행을 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 그를 구속한 지 닷새 만인 이달 4일 강도상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포천시 어룡동의 한 아파트 3층에 침입해 B씨(80대) 부부를 흉기로 위협하고 케이블타이로 묶은 후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후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A씨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보고, 포천농협 지점 창구에서 근무 중이던 그를 긴급 체포했다.

당시 A씨 가방에선 금 등 귀금속 70돈가량이 발견됐다. 그의 계좌에선 현금 2000만원을 입금한 내역도 확인됐다.

B씨 부부는 지역 농협에 거액을 예치한 VIP 고객으로, 이달 초 약 3억 원을 인출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달 초 피해자 부부가 ‘현금 3억 원을 찾아가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범행을 계획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