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FC 동료들과 기뻐하는 손흥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 손흥민(33)이 이적 후 2경기 만에 선발 출전해 팀이 터트린 2골에 모두 기여했다.

손흥민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폭스버러의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S 뉴잉글랜드 레볼루션과 원정 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풀타임을 뛰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3분이 다 끝나가던 상황에서, 손흥민은 수비수를 앞에 두고 드리블을 툭툭 치고 들어갔다. 욕심을 내지 않고 옆으로 패스를 툭 내줘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줬고, 마티외 슈아니에르가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MLS 데뷔 첫 어시스트였다.

앞서 0-0으로 맞선 후반 6분 동료가 차단한 공이 손흥민에게 흐르자 무릎 트래핑 후 슈팅 기회를 엿봤다. 맷 폴스터가 손흥민에게 빼앗은 공이 뒤로 흘렀고, 문전 쇄도한 LAFC 마르코 델가도가 정확한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처음에 MLS 앱 문자중계에 ‘손흥민 어시스트’라고 떴지만, 공이 손흥민이 아닌 상대 선수 발에 맞고 흐른 것을 확인한 뒤 도움 기록을 취소했다. 그래도 손흥민이 선제골 기점 역할을 한 셈이다.

미국 LAFC 손흥민(가운데)이 17일 뉴잉글랜드전에서 슛을 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으로 승리한 LAFC는 서부 콘퍼런스 5위(11승7무6패·승점50)로 선두권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4위 시애틀 사운더스와 승점 2점 차고, 2경기를 더 치른 선두 샌디에이고FC와 승점 9점 차다. 동부 콘퍼런스 뉴잉글랜드는 11위(7승7무12패·승점28)에 그쳤다.

애플TV는 손흥민이 공식 경기 최우수선수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고 알리면서, 손흥민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내보냈다. 통계 전문 풋몹도 손흥민에게 양팀 최고 평점 8.5점을 주며 최우수선수로 꼽았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손흥민(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LAFC 이적 후 2경기 연속 팀의 득점에 일조했다. 올여름 10년간 뛴 토트넘을 떠난 손흥민은 LAFC 입단 사흘 만인 지난 10일 시카고 파이어와의 원정 경기에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데뷔전을 치렀고, 폭풍 같은 질주로 페널티킥을 유도해 2-2 무승부를 이끈 바 있다. 당시 후반전 30여분간 뛴 손흥민은 이날 첫 선발 출전했다.

스티브 체룬돌로 LAFC 감독은 이날 스리톱에 드니 부앙가-손흥민-다비드 마르티네스를 투입했다. 손흥민은 이른바 ‘손 톱(SON TOP)’으로 나섰다. 전반 26분 코너킥 후 공이 흐르는 세컨볼 상황에서, 손흥민은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트래핑으로 상대를 제친 뒤 왼발슛을 쐈지만 골포스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손흥민은 아쉬움에 손으로 머리와 얼굴을 감쌌다.

손흥민은 전반전에 슈팅 1개에 그쳤다. 상대가 수비적으로 내려선 데다 패스가 잘 오지 않아 최전방에 고립됐다. 전반 막판 밑으로 내려와 경기를 풀어간 손흥민이 전반 44분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 패스를 찔러줬지만, 부앙가의 슛은 수비에 막혔다.

앞서 전반 10분 LAFC 골키퍼 위고요리스가 레오나르도 캄파나의 슛을 잘 막아냈고, 전반 18분 상대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은 미국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홈구장을 공유하는데, 이날 손흥민이 뛴 질레트스타디움은 인조잔디였다. 손흥민은 2019년 10월 국가대표로 인조잔디인 김일성종합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 적이 있지만, 인조잔디가 익숙하지는 않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0-0으로 돌입한 후반전에 칼을 갈고 나온 것 같았다. 후반 4분 손흥민은 엄청난 스피드로 전방압박하자 상대 골키퍼가 공을 걷어냈다. 후반 5분 손흥민은 헛다리 드리블 후 왼발 중거리슛을 쐈지만 골포스트 왼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1분 뒤 손흥민이 델가도의 선제골에 기여했다.

후반 35분 상대 파울로 프리킥을 얻어낸 손흥민은 직접 키커로 나섰지만 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42분 역습을 펼치려던 손흥민을 뒤에서 파울로 저지한 마마두 포파바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어시스트를 추가해 이날 2골 모두 기여했다.

손을 흔드는 LAFC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이날도 ‘대스타’였다. 코너킥과 프리킥 전담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후반 31분코너킥을 차러 가자 관중석의 현지팬들도 휴대폰을 들고 손흥민을 찍었고, 한국팬들도 환호했다. 중계사 애플TV의 중계카메라는 선수단 입장부터 손흥민을 원샷으로 잡았다.

손흥민은 오는 24일 원정 3연전의 마지막 경기인 댈러스FC전에서 데뷔골에 재도전한다. 손흥민의 홈 데뷔전인 오는 31일 샌디에이고전 티켓값은 300달러(41만원)에서 1500달러(208만원)으로 5배 치솟았다. 존 소링턴 LAFC 회장 겸 단장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 손흥민 유니폼이 전 세계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