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JMS 피해' 메이플 다시 목소리 냈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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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존자다' 공식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안된다는 생존자들의 말씀에 공감했다. 단순히 피해자라고 부를 게 아니라 지옥에서 생존해 우리 사회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증언한 분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 리뷰

조성현PD가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8부작)를 연출한 이유다. 작품은 2023년 사이비종교 취재기를 담아 사회적 파장을 부른 ‘나는 신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다. 앞선 시즌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한 메이플을 비롯해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사건의 생존자들이 다시 카메라 앞에 앉았다.

‘나는 신이다’가 피해자의 고백과 내부 고발로 시청자를 압도했다면, ‘나는 생존자다’는 고통 이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치유와 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피해자의 증언뿐 아니라 가해 집단을 떠난 이들의 반성과 성찰을 비중 있게 다루며, 사이비 종교의 굴레를 벗어나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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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때 정명석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하는 전 신도. 사진 넷플릭스

특히 ‘나는 신이다’ 촬영 당시 JMS 신도임을 숨기고 방송국 아르바이트로 제작진에 잠입했던 스파이들이 이번에는 얼굴을 공개하고 증언에 나섰다. 시즌1 때는 편집본과 촬영본을 외부로 유출했던 이들은 정명석의 범죄 사실에 직면하면서 세뇌가 풀리고 오히려 제작진에게 증언과 자료를 제공했다. 조 PD는 “스파이가 한두 명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제작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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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존자다'를 연출한 조성현PD는 현직 경찰 중에 JMS 신도가 있다며 취재에 나섰다. 사진 넷플릭스

방송에 따르면 정명석의 성폭력 행위를 숨기고 감추는 업무를 했다는 전 신도는 ‘자신이 하나님이라 믿었던 정명석이 그럴리 없다’고 생각해 불법적으로 피해자들을 감시하고 협박했다. 그러다가 본인이 직접 피해를 당한 후, 마음을 바꿔 탈퇴하고 “피해 신도들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 고백했다. 메이플은 “내가 정명석을 고소한 이후 21명이 추가로 더 고소했다”며 얼굴을 공개하며 나선 데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정명석은 지난 1월 대법에서 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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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의 2인자 정조은. 사진 넷플릭스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 PD는 전작 공개 이후 수차례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과 살해 협박, 가족에 대한 위협까지 겪었고, 경찰에 아내의 신변보호를 요청해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그는 “제 일 때문에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제작을 멈추지 않은 이유는 피해자들과의 약속이었다. “저를 믿고 카메라 앞에서 증언해 준 생존자들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 PD는 또 “정명석이 17년형을 선고받으면서 살아서 나오기 힘들다는 소식보다 일상을 되찾은 피해자들의 사연을 보며 행복했다”고 연출 의의를 강조했다.

조 PD는 12년 전 자신이 취재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이야기도 새롭게 조명했다. 전두환 정권 아래서 부모가 있는 멀쩡한 아이들이 납치당한 사건이다. 당시엔 고발 형태로 취재했다면 이번엔 생존자 목소리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의 막내아들 박천광과의 인터뷰가 담겨 충격을 안겼다. 박천광은 당시 정부의 잘못이 70%라고 주장했다. 40년이 지났음에도 그 기억에 고통받는 생존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국내외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박 원장 가족들을 보며 또 한 번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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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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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활동한 대한민국의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행동대장 김현양 검거 모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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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사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는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그 이후 이야기도 나온다. 사건의 재현보다 생존자 증언과 사건 기록을 따라가며,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구조적 문제와 그 해결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방향으로 연출했다. 조PD는 이 네 가지 참사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반복되지 않아야 할 참사, 그리고 생존자가 남아 있는 사건”이라며 “돈의 가치가 인간보다 높은 곳에서 참사가 벌어진다. 돈과 권력이 생명을 이길 때 우리는 또 누군가를 잃는다. 우리가 무엇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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