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누군가 구원하고 자신도 성장하는 청년 서사에 애착 간다"
-
4회 연결
본문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한 장면. 백수 청년 길구(안보현, 오른쪽)와 내면에 악마가 깃든 파티시에 선지(임윤아)의 기묘한 동행을 그린 영화다.사진 CJ ENM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엑시트'(2019, 942만 관객)로 화려한 데뷔를 했던 이상근(47)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이상근 감독 인터뷰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는 아랫집에 이사온 파티시에 선지(임윤아)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새벽에 내면의 악마가 깨어나는 선지의 비밀을 알게 된 길구는 선지의 아버지 장수(성동일)의 부탁으로 그의 밤 보호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한 장면. 사진 CJ ENM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한 장면. 사진 CJ ENM
낮에는 선지가 일하는 빵집 알바로 일하고, 밤에는 악마를 밀착 보호하는 이중 생활을 하던 길구는 악마를 선지의 몸에서 내쫓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오컬트적 요소를 가져왔지만, 전반적으로 따뜻한 힐링을 선사하는 로맨스 코미디에 가깝다. 전작 '엑시트'에서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을 재난 속 영웅으로 만든 이 감독은 이번에도 주변부로 밀려난 청춘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용남이 재난을 성장의 계기로 삼았다면, 길구는 타인을 구원해주고 싶다는 이타심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회복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를 연출한 이상근 감독. 사진 CJ ENM
지난 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이 영화는 인생이란 여정에서 길 잃은 두 사람이 만나 함께 걸으며 제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며 "어떤 계기로 단단하게 성숙해가는 청춘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 '엑시트'보다 먼저 기획한 작품인데.
"2014년 독하게 마음 먹고 한 달 만에 초고(원제 '2시의 데이트')를 썼던 작품인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엑시트'로 먼저 데뷔했다. 이후 코로나 상황에서 차기작을 고민하다 다시 들여다봤고, 초반 설정만 빼고 완전히 다시 썼다. 2022년 촬영 후 오랜 시간 편집과 후반 작업을 거쳤다."
- 강인한 이미지의 안보현이 착해빠진 길구 역을 맡은 건 의외다.
"안보현은 강인한 검투사처럼 보이지만, 꼼꼼하고 부드러운 내면을 갖고 있다.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 선한 길구 연기를 통해 내면의 매력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한 장면. 사진 CJ ENM
- 임윤아와의 두 번째 작업은 어땠나.
"큰 프로젝트('엑시트')의 풍랑을 같이 겪어낸 동료 같은 느낌이다. 친해지고 익숙해져서 소통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 윤아는 낮의 청순한 선지, 선지 안에 깃든 혼령, 밤에 악마인 척 연기하는 혼령(밤 선지) 등 세 명을 연기해야 했다. 무척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톤 조절하며 잘 표현해냈다. 망가지는 연기를 스스럼없이 하더라."
- 또 다시 젊은 남자의 성장담이다.
"'엑시트'에서 못 다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괜찮을 거야'라는 위로보다 비난이 차라리 마음 편하게 느껴지는 힘든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내 탓을 하며 자학하기도 했는데, 살아보니 믿을 건 내 자신 밖에 없더라. '자신을 사랑하고 믿으며 살아가자'는 응원을 힘든 청춘들에게 건네고 싶었다."
- 길구는 선지 뿐 아니라, 혼령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엑시트'의 용남, 길구 모두 동정심과 이타심이 강한 친구다. 판타지적인 인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런 사람들을 영화 속에 소환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선한 사람이 위기나 갈등 속에서 누군가를 구원하고 자신도 성장해가는 서사에 대한 애착이 크다. 용남이 '용감한 남자'란 뜻인 것처럼, 길구에겐 '길을 구하는 사람'이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 어떤 코미디를 추구하나.
"경험과 공감이란 바탕이 깔려 있어야 웃길 수 있다. 평소 관찰하고 메모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찾는다. 봉준호 감독의 '삑사리' 미학까진 아니어도, 페이소스가 우러나는 나만의 코미디를 하고 싶다. 영화에서 한강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던 남자가 밤 선지의 역동적인 수영 모습을 본 뒤 살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장면이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