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쾅소리에 불길” 마포아파트 화재 모자 사망…부친 “아들 어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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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임성빈 기자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부상한 채 탈출한 아버지는 이웃을 붙잡고 “우리 아들 어딨냐”며 가족을 찾았다.

17일 오전 8시 11분경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89명이 대피했다. 아들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모친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부상자 13명 가운데 중상이 1명, 경상은 1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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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를 처음 목격했다는 김영문(72)씨가 당시 찍은 사진을 보이고 있다. 임성빈 기자

당시 상황을 밖에서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다른 동 주민 김영문(72)씨는 “오전 8시16분경 ‘꽝’ 하는 폭발음이 또 들리더니 ‘여보 괜찮아?’라고 하는 것 같은 비명도 들렸고, 시커먼 연기가 14층 안에서부터 빠르게 치솟았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도 “마치 폭탄 터지는 소리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망자가 발생한 14층 세대와 가까운 관계였다는 한 주민은 “그 집 아저씨가 건물 앞에 나와서 나를 붙잡고 ‘우리 아들 어딨냐, 못 봤냐’고 하더라”며 “아저씨도 머리 등을 다친 상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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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8시30분쯤 소방이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에서 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주민 김봉균(62)씨

불이 난 세대 바로 앞집에 사는 신모(56)씨는 “자녀 2명이 집에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물수건으로 얼굴 가리고 버티다가 겨우 구조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씨는 “강한 열기에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아 문을 열 수가 없었다고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파트 경로당에 대피한 주민 대부분은 ‘쾅’ 하는 소리와 이웃들의 “불이야” 소리에 화재를 인지했다고 한다. 11층에 사는 이순자(85)씨는 “8시10분경 옆 동 아저씨 둘이 불난 곳을 가리키며 ‘불이야 불이야’ 한참을 소리 질렀다”며 “그걸 듣고 이 나이에 11층에서 식구들과 함께 정신없이 계단으로 대피했다”고 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950세대 규모로 1998년 준공된 곳이다. 당시 14층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고, 16층 이상 고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다. 불이 난 동의 저층부에 사는 한 주민은 “마침 다음 주 주민회의에서 스프링클러와 전기 설비 작동 점검을 건의하려고 사람을 모으고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주민들은 숨진 20대 남성이 “인근 대학을 다니던 몹시 인상 좋은 청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웃 신씨는 “인사도 잘하고 몸집도 건장한 청년이었다”며 “축구를 하러 나가는 모습도 종종 마주쳤었는데 이렇게 잘못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7층 주민 장명희(66)씨도 “2~3년 전 군대를 다녀온 착한 청년”이라고 기억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이다. 소방 관계자는 “1차 현장 검증은 마무리했다”며 “현재 방화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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