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비쿠폰 전보다 매출 더 줄어" 요즘 상인들 한숨 커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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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률이 50%를 넘기면서 “‘소비쿠폰 보릿고개’에 접어들었다”며 한숨짓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지급된 1차 소비쿠폰을 소진한 소비자가 많고, 일부는 2차 지급을 기다리며 소비를 줄이는 경우도 있어서다. 소비쿠폰 등 일시적인 소비 진작을 넘어 장기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도 병행되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대전의 한 재래시장에 소비쿠폰 사용 가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중앙포토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1차 소비쿠폰 지급률은 약 97%에 달한다. 지금까지 4893만 명에게 총 8조8619억원이 지급됐다. 소비쿠폰 사용률은 지난 7일 신용·체크카드 기준 50%를 돌파했다. 이날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는 사용률이 이보다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소비쿠폰이 풀린 직후와 최근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조모씨는 “8월 초까지만 해도 매출이 늘어 신이 났는데, 최근 들어 매출이 다시 소비쿠폰 지급 전으로 돌아갔다”며 “이제 손님들이 소비쿠폰을 쓸 만큼 거의 다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미용실 점주는 “소비쿠폰이 풀린 이후 2~3주간은 일손이 달릴 정도로 바빴지만 며칠 전부터 손님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9월에 2차 소비쿠폰 받으면 또 머리 하러 오겠다’는 손님들이 있다”며 “1차 소비쿠폰 풀리기 직전에 매출이 확 떨어졌었는데 요즘이 딱 그때 같다”고 토로했다.
한 카페 점주는 “지금도 이런데 소비쿠폰 사용 기한인 11월 30일이 지나면 진짜 추운 겨울이 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엔 “소비쿠폰 효과가 이제 떨어진 거 같다” “매출이 소비쿠폰 풀기 전보다 더 줄었다” “1~2주간 갑자기 손님이 늘더니 며칠 전부터 잠잠해졌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은 서울의 한 식당. 연합뉴스
일부 소비자들은 외식이나 미용·여가 활동 등을 2차 소비쿠폰 지급 이후로 미루고 있다. 40대 직장인 정모씨는 “가족 4명 모두 1차 소비쿠폰을 전부 썼다”며 “가족 외식은 다음 달 2차 쿠폰을 받으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영양제가 떨어졌는데 2차 소비쿠폰 받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이대로 가다간 소비쿠폰의 효과가 일시적인 소비 진작에 그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소비쿠폰이 풀리면 반짝 소비가 늘었다가 그 전후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일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3%가 “소비쿠폰을 받은 이후 소비가 늘었다”고 답했으며, 51.9%는 “비슷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소비쿠폰 사용 가능 점포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그런데도 소비쿠폰 자체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가 지난 5~7일 소상공인 203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소비쿠폰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이용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답했다. 또 55.8%가 “소비쿠폰 사용 이후 매출이 증가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이 소비 회복의 진정한 마중물이 되려면 정부와 소상공인들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는 소비쿠폰이 실제 소비 활성화의 동력이 되기 위해선 물가와 고용 안정 신호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은 소비쿠폰으로 인한 소비 경험이 재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이 병행되어야 기대한 소비쿠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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