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17일 오전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 화재로 어머니와 아들 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머리를 다친 채 탈출한 아버지는 이웃을 붙잡고 “우리 아들 어딨냐”며 가족을 찾았다.

17일 오전 8시 11분경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89명이 대피했다. 화재는 2시간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아들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모친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부상자 13명 가운데 중상이 1명, 경상은 12명이었다.

당시 상황을 밖에서 처음 목격했다는 다른 동 주민 김영문(72)씨는 “오전 8시16분경 ‘꽝’ 하는 폭발음이 또 들리더니 ‘여보 괜찮아?’라고 하는 것 같은 비명도 들렸고, 시커먼 연기가 14층부터 빠르게 치솟았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도 “마치 폭탄 터지는 소리 같았다”고 했다.

불이 난 세대 바로 앞집에 사는 신모(56)씨는 “자녀 2명이 집에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물수건으로 얼굴 가리고 버티다가 겨우 구조됐다”며 “강한 열기에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아 문을 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950세대 규모로 1998년 준공된 곳이다. 전체 18층 아파트 중 화재가 발생한 14층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고, 16층 이상 고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다. 저층에 사는 한 주민은 “마침 다음 주 주민회의에서 스프링클러와 전기 설비 작동 점검을 건의하려고 사람을 모으고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웃 신씨 등 주민들은 숨진 20대 남성이 “인근 대학을 다니며 인사도 잘하던 착한 청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8일 오전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1차 현장 검증 결과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