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배터리 공장, 캐즘 탓 절반만 가동…R&D 투자로 반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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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산업의 침체로 국내 배터리 3사의 공장 가동률이 바닥을 찍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기술력을 키우겠다는 의지인데, 관건은 역시 중국과의 경쟁이다.

17일 LG에너지솔루션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공장 평균 가동률은 51.3%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가동률은 2022년 73.6%→2023년 69.3%→지난해 57.8%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올 상반기 가동률이 각각 44%, 52.2%로 공장을 절반 정도만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삼성SDI는 소형전지만 해당하는 수치로, 전기차에 쓰이는 중대형 전지의 가동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동률 하락은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경쟁이 심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5.4%포인트 하락한 16.4%를 기록했다. 생산설비를 다 돌리지 못하면 고정비가 증가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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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유럽 2024' 전시회에 마련된 LG에너지솔루션의 부스. 사진 코엑스

다만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는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 상반기 지출한 R&D 비용은 6204억원으로, 2020년 말 출범 이후 반기 기준 최대였다. 매출액 대비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1%에서 지난해 4.2%, 올 상반기 5.2%로 지속해서 늘었다.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는 삼성SDI 역시 상반기 R&D 비용이 7044억원으로, 전년 동기(6933억원)보다 늘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1.1%로 3사 중 최대였다. SK온은 전년 동기(1485억원)와 비슷한 1480억원을 투자했다.

K배터리 업체들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살아남으려면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은 중국의 저가 배터리에 대응해 중저가 제품을 확대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지만, 결국 승부처는 차세대 기술에서 중국을 앞서는 데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R&D 투자 중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은 연구 역량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중국 CATL의 R&D 투자는 국내 3사 합산 투자액을 웃돈다. CATL의 올 상반기 R&D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5% 증가한 101억 위안(약 1조95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3사 총 투자금액(1조4728억원)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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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유럽 2025'에 참가한 삼성SDI의 부스 이미지. 사진 삼성SDI

국내 업체들은 R&D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SK온은 지난 1일 대전에 있는 ‘배터리연구원’의 이름을 ‘미래기술원’으로 변경하고, 미래 기술 확보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김동명 최고경영자(CEO) 직속이었던 미래기술센터를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이관해 전문성 강화와 연구 역량 결집을 꾀했다. 삼성SDI는 대표이사 직속 ‘공정·설비 R&D센터’의 명칭을 ‘생산기술연구소’로 변경,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지금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캐즘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라며 “K배터리 3사 모두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반고체 배터리, 건식 전극 공정 등을 먼저 상용화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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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연구원들이 미래기술원 내 위치한 실험동에서 실험하는 모습. 사진 SK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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