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궁궐부터 길가까지 회화나무를 즐겨 심은 까닭은
-
6회 연결
본문
8월이 되어도 더운 날씨가 이어지더니 입추와 말복을 지나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더위가 한풀 꺾였습니다. 다들 긴 무더위에 고생들 했을 텐데 이제는 여름도 끝자락이니 슬슬 좀 더 활동적인 일도 하고, 산책하러 자주 나가면서 자연을 많이 만나면 좋겠네요. 이맘때 거리를 걷다 보면 가로수로 심은 아까시나무와 비슷한 나무에 꽃이 하얗게 핀 것을 볼 수 있어요. 바로 회화나무입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5 회화나무
회화나무는 7~8월에 걸쳐 꽃이 피어요. 언뜻 보면 아까시나무로 착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파리를 보면 아까시나무 잎이 조금 더 끝이 동그랗고, 회화나무 잎은 조금 길쭉한 느낌이죠. 꽃이 피는 시기도 아까시나무는 봄이고, 회화나무는 한여름이지요. 회화나무와 아까시나무는 둘 다 콩과 식물인데요. 회화나무 열매는 보통의 콩과 나무 열매와 달리 올챙이나 도롱뇽 알주머니처럼 생겼습니다. 반투명한 꼬투리에 동그란 씨앗이 들어있죠. 회화나무는 병충해가 적고 물기가 적어도 잘 살며 수형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가로수는 물론 마을의 정자목으로도 심고 향교나 사찰 경내에도 많이 심었습니다. 수명도 길어 우리나라만 봐도 500살이 넘은 회화나무가 꽤 많이 살고 있어요. 조선시대 ‘동궐도’에도 그려진 창덕궁의 회화나무는 현재 천연기념물이기도 하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5 회화나무
회화나무는 한자로 ‘괴(槐)’라고 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느티나무로 해석하고, 중국에서는 회화나무로 해석하죠. 괴(槐)를 중국어로 말하면 ‘훼’라고 발음합니다. 그래서 괴화(槐花)나무를 ‘홰화나무’ 혹은 ‘홰나무’ ‘회화나무’라고 합니다. 괴(槐)라는 글자는 나무 목(木)과 귀신 귀(鬼)가 합쳐진 형태죠. 왜 나무에 귀신이란 글자가 들어갔을까요? ‘나무에 귀신이 깃들었다’ ‘나무에 귀신이 살 정도로 오래 산다’ ‘나무가 귀신을 막아준다’ 등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그중 귀신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옛날부터 회화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해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귀신 귀(鬼)의 다른 뜻, ‘지혜롭다’는 의미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산 나무는 우리보다 왠지 지혜로울 것 같지 않나요? 어쩌면 그런 의미로 나무 목(木)에 귀신 귀(鬼)를 붙인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5 회화나무
이와 일맥상통하는 회화나무의 별명으로 ‘학자수(學者樹)’가 있어요. 회화나무가 학자수로 불린 데에는 여러 가지 유래가 있습니다. 봉건제·덕치주의 등 여러 제도의 기틀을 다진 중국 주나라 때 회화나무 밑에서 삼공(三公·3가지 최고위 대신의 직위를 이름)이 모여 회의를 했다고 해서 학자수라 한다는 말도 있고, 중국에서 진사 시험을 치르는 시기가 음력 7월이고 그때 피어난 꽃이라서 학자수라 한다고도 하고, 가지가 사방으로 뻗은 모습이 자유분방하니 학문을 함에 있어서 진리를 추구하는 선비의 자세도 이를 본받아야 하며 학자의 기개를 상징한다는 의미로 불렸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자손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이 태어나면 회화나무를 심었다고도 하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65 회화나무
회화나무의 영어 이름은 학자수를 그대로 번역하고 원산지인 중국을 넣어 ‘차이니즈 스콜라트리(Chinese scholar tree)’ 라고 해요. 학자수라는 나무의 이름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부담스러워 하기보다는 유래라는 것에는 정답이 없으니 내게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회화나무는 꽃·열매·가지·껍질 모두 한약재나 염색 등에 사용되어 쓸모가 많아요. 회화나무에는 플라보노이드·사포닌·알칼로이드 등이 함유되어 있고, 꽃과 꽃봉오리에는 지혈·혈압 강하·콜레스테롤 저하·항염 등의 작용이 있죠. 또 밀원식물(꽃과 꽃가루를 통해 꿀벌의 생산을 돕는 식물)이 드문 여름철에 꽃을 피워 곤충들에게도 이로움을 주고, 겨울에는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열매를 먹으러 오는 직박구리 같은 새들에게 식량이 되어주죠. 이러한 회화나무의 덕(德)을 마음에 새기고 그것을 닮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는 건 어떨까요.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