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이렇게 구워 삶아라'…EU정상들, 젤렌스키 족집게 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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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백악관에서 6개월 만에 마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만남이 지난 2월과 다른 점은 딱 한 가지다. 유럽 정상들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군으로 직접 지원사격을 나선다는 점이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이번 유럽 정상들의 워싱턴행은 올해 2월 젤렌스키가 ‘배은망덕하다’는 공개 질책을 받았던 뼈아픈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앞선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고 쏘아붙이고, JD 밴스 부통령은 ”미국에 감사하다고 말한 적 있느냐“고 따져물으며 양측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오는 모습을 당시 대부분의 유럽 정상들은 경악하며 지켜봤다.
텔레그래프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후 젤렌스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화법을 전수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미국의 지원에 감사하다”라고 말을 꺼내며 시작하는 것이 최근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한다.

14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회담을 가진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 밖에도 스타머 총리의 측근들이 알아낸 트럼프 대통령 공략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인 발언에 반응하지 말 것, 둘째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몰아붙이지 말 것, 셋째로 공개 석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극찬하되 실제 조율은 비공식 채널로 진행할 것 등이다.
스타머 총리는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외 정상으론 유일하게 두 번째 국빈 방문을 요청하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정욕구를 만족시키고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10%의 상호관세율을 타결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14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법도 참고할만하다. 뤼터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Daddy)”로 지칭하는 등 대놓고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써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뤼터 총장은 미국 대통령에게 과도한 친밀 공세로 유명했고 가끔 그 때문에 비판받았지만, 그의 함박 웃음은 (유럽 국가들과) 일부 트럼프 최측근 참모들과의 견해차를 은폐할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후속 회담에 참석하는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핀란드 정상과 유럽연합(EU)·나토 수장 중에서도 뤼터 나통 사무총장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드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을 “트럼프를 잘 다루는 사람(Trump whisperer)”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는 이번에 혼자 ‘사자의 굴’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이 유럽 지도자들이 회담을 보다 안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텔레그래프는 “이런 대규모 방문은 단순한 지지의 의미를 넘어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며 “유럽의 핵심 지도자들이 한여름 휴가를 포기하고 함께 워싱턴으로 향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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