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유∙기저귀∙조리원비 줄인상…아이 주는데 '육아 인플레' 기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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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추세에서 출산·육아 관련 품목 물가는 오히려 치솟는 '육아 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만 네 살과 8개월 남매를 키우는 김모(39)·이모(37)씨 부부는 약 3년 전과 최근 가계부를 비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분유 한 통 가격이 3년 전 평균 2만3400원에서 최근엔 2만7600원으로, 기저귀는 팩당 2만5100원에서 2만95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온라인몰에서 최저가를 찾지만 매달 분유 네 통, 기저귀 4~5팩을 사려니 월 4만원 가까운 증가분도 부담이 됐다. 이씨는 “2주간의 산후조리원 가격도 첫째 땐 310만원이었는데 370만원으로 올라 깜짝 놀랐다”며 “최근 첫째 축구 학원비도 올라 육아비 부담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출생률은 떨어지는데 육아 관련 물품·서비스 가격은 오르는 ‘육아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품 수요가 줄면 가격도 하락해야 하지만, 시장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소비자 가격에 부담이 전가되는 기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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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육아 필수재로 꼽히는 분윳값은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새 7.47% 올랐고, 이유식 11.12%, 기저귀 4.33% 등도 크게 뛰었다. 지난달 전년 대비 평균 물가상승률(2.09%)을 웃돌았다. 산후조리원 이용료 4.16%, 유치원 납입금 4.08% 등 서비스 품목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면화·원유 등 원자잿값 인상으로 출고가가 인상되고, 일부 품목은 할인이 끝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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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육아 관련 물가엔 원자재값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출생률 감소로 전체 시장이 위축되면서, 관련 기업 등이 고객 1명당 수익성을 높여 매출을 만회하는 추세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자료에서 분유 출하량은 2019년 1만4603t에서 2023년 7464t으로 반토막이 났다. 2022년 LG생활건강이 분유와 이유식 사업을 중단했고, 남양유업과 롯데웰푸드 등이 일부 분유 제품을 단종하기도 했다. 어린이용 기저귀 공급액 규모도 2020년 2495억원에서 지난해 1924억원으로 약 22.9% 감소했다. 저출산에 따른 '수요 감소분'보다, 생산 중단에 따른 '공급 감소분'이 더 크다 보니 가격 인상 압박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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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특히 선택지에 따라 가격 격차가 비교적 큰 산후조리원·유아동복 등에선 소비자에 가격을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업종 점검’ 보고서에서 2022년~지난해 산후조리원 가맹점 수는 연평균 4% 감소했지만, 결제 건당 승인 금액은 해마다 2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동복 점포 수도 같은 기간 4.1% 감소했지만, 1건당 결제액 증가율은 5.4%였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급자는 물품당 수익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부모 입장에선 출생 자녀 수가 줄면서 지출 비용을 감수하려는 현상이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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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사교육 시장도 학령인구가 줄면서 모집 연령은 낮추고 가격은 올리는 추세다. 미취학 아동이 주로 다니는 예체능 학원비는 지난달 기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운동학원 4.57%, 미술학원 2.45%, 음악학원 2.41% 등으로 상승했다.

정부는 부모급여를 통해 만 0세 아동 가정에 월 100만원, 만 1세 아동에게 월 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월평균 양육 비용은 만 0세 143만7900원, 만 1세는 145만9300원으로 나타났다(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육아 관련 비용이 상승하면 지출 여력에 따른 비교·박탈감을 고착화할 수 있다”며 “공공 산후조리원이나 공교육 같은 공적 지원을 확대하면 시장 가격 자율 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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