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폐업 직전→ D램 1위...SK는 단기성과 안 매달렸다" 곽노정, 이천포럼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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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아끼려고 사무실 형광등을 하나씩 빼고, 냅킨 사용 줄이려 ‘전 직원 손수건 들고 다니기’ 운동을 하는 회사가 있다면? 요즘 세대의 언어로는 ‘퇴사 각(角: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년 후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의 곽노정 대표가 직접 털어놓은 20년 만의 ‘상전벽해’다.

18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SK
18일 곽 대표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연례행사 ‘이천포럼 2025’ 개막 연설에서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하이닉스가 2012년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HBM 개발을 이뤄냈다”라며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근본적 이유는 ‘SK의 과감한 투자’과 ‘하이닉스의 집요함과 치열함’이다.
곽 대표는 “경쟁사들이 단기적 성과에 집중할 때 SK하이닉스는 미래 성장에 대한 노력을 병행했다”라면서 이를 “세상을 바꿀 기술과 제품에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SK의 기업 문화”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D램 호황기에 단기 실적에 집중해 HBM을 경시했다는 비판을 받는데, 이와 달리 SK는 그룹 차원에서 HBM에 과감하게 투자했다는 취지다.
곽 대표는 또 “기술 난제를 풀기 위해 여럿이 협력하는 원팀 정신이 없었다면 HBM 신화는 불가능했다”라고 말했다. 폐업 직전의 어려움을 겪은 하이닉스에 스며든, 조직을 넘나드는 치열한 소통·협력·실천 문화가 성공의 밑천이 됐다는 거다.
곽 대표는 1994년 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경영난과 채권단 관리 시절(2001~2005)을 모두 겪었고, SK 인수 직후 임원 승진해 2022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는 처음으로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1위(36%)에 올랐고, 상반기 영업이익(16조 6534억원)도 삼성전자(11조3613억원)를 압도했다. D램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곽 대표는 “파괴적 혁신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도 불어닥쳐, 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라고 했다. 메모리 사업이 범용이 아닌 맞춤형으로 바뀌고, 시장 예측에서부터 제조 효율성 높이기까지 AI 경쟁력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는 거다. 그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SK에는 이를 헤쳐나갈 정신과 경험이 있다”라고 개회사를 맺었다.

18일 '이천포럼 2025'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김선희 SK 이사회 의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김용학 SK텔레콤 이사회 의장(왼쪽부터). 사진 SK
‘AI와 디지털 전환’ 주제로 열린 올해 SK 이천포럼 첫날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재편, 한국기업의 해법 모색’ 세션이 진행돼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징 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소장이 기조 연설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최태원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소버린 AI는 국내에서 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전쟁”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소버린 AI를 우리가 만들어야겠다”라고 말했다. 소버린 AI란, 자국의 AI 데이터·인프라·서비스 등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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