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패전도 아닌데 영토 내놓으라니"…푸틴 협상안에 우크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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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회담하고 있다. 사진 키이우포스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 협상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양보를 요구하자, 우크라이나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격렬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 할냐 얀첸코 무소속 의원은 러시아 측 제안을 두고 "단지 푸틴이 원한다는 이유로 싸우지도 않고 영토를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애초부터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크라마토르스크 시민 역시 "도네츠크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면 사실상 전쟁 패배와 다름없다"며 "영토 포기는 정부의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크라마토르스크, 슬로비안스크 등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 중인 도네츠크주 주요 도시를 양보하면 종전에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도네츠크 출신 대학생은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지킨 국경선을 포기할 수 없다"며 "용감한 군인들이 피로 지킨 땅을 푸틴에게 줄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극도의 불신도 드러난다. 한 키이우 시민은 CNN에 "우리는 푸틴을 믿지 않는다. 대통령이 영토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 믿는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온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영토를 내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안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알래스카 정상회담 당시 미군 장병들이 푸틴 대통령 전용기 계단 아래에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모습이 공개되자, "굴욕적인 의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해당 장면이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미 해병대가 이오지마섬에서 성조기를 게양하는 역사적 사진과 나란히 배치돼 밈으로 확산되며 상징적 대비를 이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푸틴 대통령의 제안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같은 날 유럽 정상들도 백악관에 모여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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