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더 센 놈이 온다”…‘위고비’ 점령한 비만약 시장, ‘마운자로’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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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약사가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주사액이 들어있는 약상자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위고비’가 평정한 국내 비만약 시장이 또 한 번 들썩일 조짐이다.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경쟁 제품 ‘마운자로’가 오는 20일 국내 유통을 앞두고 있어서다.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가 분기 기준 1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내외 제약사들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비만약 절대강자 경쟁

지난 2023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현재 출시된 비만약 중 체중 감량 효과가 가장 큰 제품이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이라면 마운자로는 GLP-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작용제다.

일라이릴리가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72주 투여 임상시험에서 마운자로는 평균 20.2%, 최대 22.5%의 체중 감량률을 보였다. 이는 위고비의 68주 임상(평균 체중 감량률 14.9%)을 앞서는 결과다. 현재 미국 비만약 시장에서는 마운자로가 약 6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지난 2021년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출시한 위고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서도 올해 2분기 마운자는 매출 4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위고비(4조2000억원)를 추월했다.

국내서 맞붙는 마운자로·위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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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한 약국에 위고비 입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세계 48개국에서 판매 중인 마운자로는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은지 1년 만에 국내 정식 판매를 앞두고 있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이르면 오는 21일부터 국내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가능할 전망이다. 공급가는 2.5mg(4주분)이 약 28만원, 5mg이 약 37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상륙한 위고비는 6개월간 국내 시장에서 139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비만약 시장 점유율 73.1%(올해 1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CEO), 모델 겸 사업가 킴 카다시안 등 해외 유명인의 체중 감량 비결로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 마운자로 국내 판매에 맞서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은 위고비의 국내 출하가격을 기존보다 10~40% 낮췄다. 그간 용량 관계 없이 약 37만원이던 위고비는 지난 14일부터 2.5mg에 약 22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마운자로보다 약 6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테스트베드 된 한국

미용에 관심이 많은 한국은 비만치료제를 제조하는 글로벌 제약업체의 중요한 테스트베드다. 고가의 비급여 비만치료제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적어 아시아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는 2363억원으로 전년(1780억원)보다 33% 성장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다음 달 GLP-1 계열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시험(3상) 종료를 앞두고 있다.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 형태로 내년 하반기 국산 GLP-1 비만치료제 1호가 되는 것이 목표다.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는 미세침(마이크로니들)이 부착된 패치 형태의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피부에 붙이면 바늘이 녹으며 약물을 방출하는 형태인데 주사에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을 공략한 방식이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비만약(경구용) 임상 시험에 돌입했으며, 콜마그룹의 자회사인 HK이노엔도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 형태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美 약가 정책, 국내 가격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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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의 한 약국에서 판매하는 위고비, 삭센다 모습. 연합뉴스

거침 없이 성장 중인 국내 비만약 시장의 변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다. 미국 내 약가 인하 압박이 해외 제품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일라이릴리는 영국내 마운자로 판매가를 133~330파운드(약 25만~62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기존(92~122파운드)보다 최대 170% 오른 가격이다. 회사 측은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선진국 시장의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GSK 등 17개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의 약값이 다른 나라보다 최대 3배 비싸다”며 “다음 달 29일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국내 비만약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위고비, 삭센다(노보노디스크)를 비롯해 곧 출시될 일라이릴리 마운자로까지 미국 정부의 약가 정책 영향권 아래 있는 상황. 향후 이들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도 인상될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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