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철강으로 만든 기계·가전 등 407종도 50% 관세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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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50% 품목관세 적용 범위를 407종의 파생상품으로 확대한 18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적용 대상이 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을 407종 추가로 발표했다. 이번에 추가된 제품은 기계류 및 부품,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및 부품 등이다. 연합뉴스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에 달하는 품목관세를 부과 중인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종을 추가로 발표했다. 상품에 쓰인 철·알루미늄의 원가에 50% 관세를 매긴다는 것이다. 가전·변압기·터빈·엔진·건설기계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 리스트에 대거 포함됐다. 이들 품목의 한해 대미 수출액이 16조원 규모에 달해 국내 기업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 품목코드(HTSUS)를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적용대상에 새로 추가해 연방 관보를 통해 공고했다. 이번에 추가된 제품은 ▶변압기 ▶터빈 및 내연기관 엔진 부품 ▶공조기(에어컨) 등 펌프류 ▶자동차 및 트럭용 차체·샤시 부품 ▶지게차·불도저·굴착기 등 건설기계 ▶강관 등이다.

아울러 부엌칼 등 주방기구와 화장품 용기와 같은 가정·생활용품 일부도 리스트에 올랐다. 기존 자동차 부품 관세에 포함되지 않았던 일부 품목도 고율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에 25%의 품목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6월 4일부터는 관세율을 50%로 높였고, 같은 달 12일부터는 냉장고·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에도 철강·알루미늄의 가치에 따라 품목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접수된 미국 업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한 것으로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18일 0시 1분 이후 미국에 수입 통관되거나, 보세 창고에서 반출한 통관 물량부터 적용한다.

이번 공고문에선 관세 적용방식을 명기하진 않았지만, 지난 6월 가전제품 파생상품 적용 때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당 제품을 제조하는데 든 철강·알루미늄 원가(미국에선 함량가치에 대해 지급하거나 지급할 금액이라고 설명)에 대해 50%의 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서는 국가별 상호관세율(한국은 15%)을 적용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한국 업체가 1억원 짜리 기계를 미국에 수출할 때 상호관세(15%)만 적용하면 당초 수입업자가 부담할 관세는 1500만원이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데 든 철강·알루미늄의 원가가 1000만원이라면 여기에 50%를 적용해 전체 관세는 1850만원(1000만원x50% + 9000만원X15%)으로 뛴다. 수출 제품 기준으로는 3.5%의 추가 관세가 발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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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이번에 포함된 제품은 대부분 부품류다. 국내선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부품과 같은 가공제품이 다수 포함됐다. 해당 분야에 영세한 기업이 많고, 관세 대응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관세 부담에 더해 수출업체가 철강·알루미늄 함량 등을 직접 조사해 신고해야 하므로 관련한 행정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알루미늄의 제련국·주조국이 러시아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20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한아름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는 것이다.

무역협회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이번에 추가된 관세 대상 품목에 대한 미국의 대한국 수입액이 지난해 기준으로 약 118억9000만달러(약 16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품목별로 보면 냉장·냉동고는 지난해 대미 수출액이 16억370만 달러로 미국 시장 점유율 23.1%를 기록했고, 화장품은 12억5090만달러로 24.2%였다. 무협은 일부 화장품 용기의 경우 알루미늄 함량 비중이 높아 관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파생상품 목록에는 10000kVA(킬로볼트암페어) 초과 유입식 변압기를 비롯해 변압기·부품  11개 품목이 추가됐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변압기와 같이 철강·알루미늄이 많이 사용되고,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변압기의 철강 함유량은 35%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형 변압기의 대미 수출액은 3억8599만달러(5289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1.6% 증가하며 '효자 수출품목'으로 발돋움했다. 전체 수출액 6억6420만달러 중 58%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납기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한국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추가 관세 부과 소식이 전해지면서 변압기 제조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LS일렉트릭은 전장보다 6.84% 내린 2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현대일렉트릭(-5.64%)·효성중공업(-3.13%) 등의 낙폭도 컸다. 다만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미국 현지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변압기 제조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변압기 수요가 워낙 높아 기존에도 수입업체가 관세를 대부분 부담하는 방식으로 계약하고 있다”며 “한국 수출기업보다 오히려 변압기를 구매하는 미국 전력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9월께 업계 의견을 추가로 취합할 예정인데, 파생상품 범위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한아름 연구원는 “향후 파생제품 추가 절차는 연 3회 정례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며“미 업계가 요청할 경우 철강·알루미늄 함량이나 수입 증가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것으로 우려돼 사전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정부가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는 산업에 대한 공급망 생태계를 빠르게 분석하고, 긴급자금 지원과 같은 종합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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