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출생률 떨어지는데, 치솟는 분유·기저귀값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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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네 살과 8개월 남매를 키우는 이모(37)씨 부부는 약 3년 전과 최근 가계부를 비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분유 한 통 가격이 평균 2만3400원에서 최근엔 2만7600원으로, 기저귀는 팩당 2만5100원에서 2만9500원으로 올라서다. 이씨는 “2주간의 산후조리원 가격도 첫째 땐 310만원이었는데 370만원으로 올라 깜짝 놀랐다”며 “최근 첫째 축구 학원비도 올라 육아비 부담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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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출생률은 떨어지는데 육아 관련 물품·서비스 가격은 오르는 ‘육아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분윳값은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새 7.47% 올랐고, 이유식(11.12%), 기저귀(4.33%) 등도 크게 뛰었다. 지난달 전년 대비 평균 물가상승률 2.09%를 웃돌았다. 산후조리원 이용료(4.16%), 유치원 납입금(4.08%), 미취학 아동이 주로 다니는 운동학원(4.57%) 등도 많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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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육아 관련 물가엔 원자잿값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출생률 감소로 전체 시장이 위축되면서, 관련 기업 등이 고객 1명당 수익성을 높여 매출을 만회하는 추세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자료에서 분유 출하량은 2019년 1만4603t에서 2023년 7464t으로 반토막이 났다. 2022년 LG생활건강이 분유와 이유식 사업을 중단했고, 남양유업과 롯데웰푸드 등은 일부 분유 제품을 단종하기도 했다. 어린이용 기저귀 공급액 규모도 2020년 2495억원에서 지난해 1924억원으로 약 22.9% 감소했다. 저출산에 따른 ‘수요 감소분’보다, 생산 중단에 따른 ‘공급 감소분’이 더 크다 보니 가격 인상 압박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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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특히 선택지에 따라 가격 격차가 비교적 큰 산후조리원·유아동복 등에선 소비자에 가격을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업종 점검’ 보고서에서 2022년~지난해 산후조리원 가맹점 수는 연평균 4% 감소했지만, 결제 건당 승인 금액은 해마다 23.6% 증가했다. 유아동복 점포 수도 같은 기간 4.1% 감소했지만, 1건당 결제액 증가율은 5.4%였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급자는 물품당 수익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부모 입장에선 출생 자녀 수가 줄면서 지출 비용을 감수하려는 현상이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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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육아 관련 비용이 상승하면 지출 여력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고착화할 수 있다”며 “공공 산후조리원이나 공교육 같은 공적 지원을 확대하면 시장 가격 자율 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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