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싱어송 스트라이커’ 싸박 “빌보드 1위 vs 득점왕, 선택은…”
-
3회 연결
본문

프로축구 K리그1 최근 5경기에서 7골을 몰아친 수원FC 공격수 싸박. 그는 ‘서울’ 등 자작곡 4곡을 발표한 가수이기도 하다. 팬들은 그를 ‘싱어송 스트라이커’라 부른다. [사진 싸박].
“내 음악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면 계속 많은 골을 넣겠다.”
골 욕심도, 노래 욕심도, 만만치 않았다. ‘싱어송 스트라이커’로 불리는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 공격수 싸박(28)은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욕심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6일 울산 HD를 상대로 2골·1도움을 기록하며 4-2 대승을 이끌었다. 최근 5경기 연속골로, 5경기에서 7골을 몰아쳤다. 시즌 12골인 그는 1위 전진우(전북·13골)에 한 골 뒤진 K리그1 득점 2위다. 수원FC는 그의 활약 속에 최근 6경기에서 5승을 거뒀다. 꼴찌(12위)를 맴돌다 9위(8승7무11패)로 점프했다.

싸박이 수원FC 팬들과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골을 넣은 뒤에 싸박은 서포터스석으로 달려가 지휘하는 시늉을 한다. 수원FC 서포터는 지휘에 맞춰 “싸랑해요~ 오~ 오~ 오~. 마이 러브~”를 ‘떼창’한다. 싸박이 만들고 프로듀싱해 지난달 내놓은 ‘SEUL’(‘서울’의 포르투갈어 표기)이라는 곡의 후렴구다. 멜로디의 중독성이 강한데,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싸박은 오픈가로 서울 밤거리를 누비는 뮤직비디오도 직접 찍었다. [사진 싸박 SNS]
오픈카로 서울 밤거리를 누비는 뮤직비디오도 직접 찍었는데, 유튜브 조회 수가 68만 회다. 수훈 선수 인터뷰 때 감미로운 목소리로 ‘SEUL’을 부르기도 했다. 팬들은 “신곡 홍보하려고 골 넣는 공격수”라며 함께 즐겼다.
에이전트((JY 스포츠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싸박의 부친과 형은 의사다. 자유로우면서도 교육적인 분위기 속에서 컸다고 한다. 얼마 전 방한했던 가족 앞에서 영리한 플레이로 골을 넣기도 했다. 그는 “늘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주변 상황에 맞춰 대처하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에이전트는 “싸박은 음악을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피아노와 기타 연주가 수준급인 싸박은 집 한쪽을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그는 “정식 앨범을 발매한 적은 없다. 지금까지 라틴 팝 4곡을 발표했고, 다음 달에 다섯 번째 곡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골폭풍을 몰아치고 있는 수원FC 싸박. [사진 프로축구연맹]
물론 가수는 부업이고, 본업은 축구선수다. 싸박은 훈련이나 경기 때는 축구에만 집중하고, 음악 작업은 휴식 시간에 한다. 키 1m90㎝의 장신 공격수인 그는 민첩한 데다 양발과 머리 등 온몸이 ‘무기’다. 그는 “스트라이커 출신인 김은중 (수원FC) 감독이 ‘측면으로 빠지기보다 중앙에 머물며 타깃형으로 득점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때로는 발보다 머리를 먼저 쓰는 게 낫다’고도 말해줬다”고 전했다. 김 감독도 애플뮤직에 올라온 싸박의 노래를 찾아 라커룸에서 틀어준다. 기를 북돋우는 차원이다.
싸박은 콜롬비아에서 태어났지만, 시리아 국가대표다. “할아버지가 시리아에서 콜롬비아로 이주했다. 지금은 위대한 나라 시리아를 대표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인생 모토는 ‘한 번 사는 인생, 매 순간 재밌게 살자’다. “K리그 득점왕과 빌보드 1위 중 어느 쪽이 더 욕심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축구와 음악, 둘 다 사랑한다. 하지만 지금은 (주업이) 축구선수인 만큼 득점왕 쪽이다. 빌보드 1위는 은퇴 후에 하고 싶다”며 “K팝도 정말 좋아한다. 기회가 된다면 ‘서울’의 리믹스 버전을 ‘블랙핑크’와 콜라보(레이션)하고 싶다. 정말 멋질 것 같다. 내가 이 꿈을 이룰 수 있게 팬들이 내 음악을 많이 들어달라”라며 웃었다.

김경진 기자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