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젤렌스키 ‘종전 담판’ 추진…합의땐 트럼프까지 ‘3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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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두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 간 담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 하에 추진된다. 성사되면 2022년 2월 개전 이후 첫 대면이 된다. 3년 6개월을 끌어온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단 여부를 가를 최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의 준비를 시작했다”며 “그 뒤 두 대통령과 저로 이뤄진 3자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또 젤렌스키 대통령 및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의 다자 회담을 연이어 가진 다음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쟁이 4년 가까이 지속된 상황에서 매우 좋은 초기 단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알래스카 미ㆍ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영토의 러시아 이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을 제외한 방식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휴전 대신 포괄적 평화협정 추진 등에 푸틴 대통령과 공감대를 이룬 지 사흘 만이다.

“러ㆍ우크라 정상회담 2주내 개최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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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양자 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백악관 다자 회담에 참석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통화에서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정상 회담을 2주 내 개최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미ㆍ러 정상이 약 40분간 통화하면서 러시아ㆍ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지속적인 직접 협상에 지지를 표명했다면서 “대표단의 급을 올리기 위한 아이디어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 기간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듭된 양자 정상회담 요구에 선을 그어 왔다. 젤렌스키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우샤코프 보좌관이 푸틴 대통령의 참여 여부를 딱부러지게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정상 간 담판의 장이 마련될 가능성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ㆍ우 정상 회담에서 영토 조정 문제를 담판 지으면 이후 자신까지 포함된 3자 회담에서 평화 협정을 선언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중재 외교가 진전을 보이고는 있지만, 최종 평화 협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①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②러ㆍ우 간 영토 조정 ③선(先)휴전론과 평화협정 추진론 간 이견 극복 등 풀어야 할 과제의 난도가 여전히 높다.

쟁점① 나토 5조 준하는 안보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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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럽 주요 국가 정상 및 지도자들이 1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다자 회담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ㆍ우크라이나 양자 회담, 유럽 정상들이 포함된 다자 회담에서는 핵심 쟁점인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의 조건과 범위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군대ㆍ정보ㆍ장비 중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모든 것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우크라이나 군대를 위한 무기ㆍ인력ㆍ훈련ㆍ정보가 필요하다. 미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의 안보 요구 상한선은 미군 병력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미국 평화유지군 파견 여부에 대한 취재진 물음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모든 이와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현지에 있는 그들(유럽)이 제1 방어선이다. 우리는 그들을 돕고 관여할 것”이라며 보조적 역할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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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구체적으로는 미ㆍ러 확대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언급한 ‘나토 5조에 준하는 보호 조치’가 거론된다. 나토 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 방위 조항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여부는 아예 ‘논외’로 삼고 있고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에도 강력 반대한다. 트럼프도 이를 ‘레드라인’이라고 했었다.

이에 따라 ‘의지의 연합’이라 불리는 유럽 내 우방국의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에 구성되면 미국은 군수물자를 간접 지원하는 형태로 안보 보장에 관여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님이 말한 나토 5조 스타일의 안보 보장 약속은 우리(유럽)가 몇 달 전부터 ‘의지의 연합’ 국가들을 모아 안보 문제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 것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회담을 모두 마친 뒤 “미국이 안전 보장 일원으로 참여하고 조율하는 데에 도움주겠다는 중요한 신호를 받았다”며 “안전 보장 세부 사항은 10일 이내 마련돼 문서로 공식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② 러ㆍ우크라 영토 조정  

러ㆍ우 간 영토 조정 문제도 중대 난관으로 꼽혀 왔는데, 젤렌스키는 이날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뜻을 내비쳐 주목된다. 그는 양자 회담에서 “영토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에 동의할 건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외교적 방법으로 전쟁을 멈추자는 생각을 지지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3자 회담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영토 조정 문제를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다룰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간 “영토 양보 절대 불가”를 외쳐온 것과 견줘 보면 상당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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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 전쟁연구소(ISW)]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약 5만3000㎦)의 88%인 4만6570㎢를 장악한 상태이다. 러시아는 나머지 12%(6430㎢)를 포함한 돈바스 전체를 넘겨받으면 자국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수미ㆍ하르키우 일부 지역(약 440㎦)을 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양보하는 땅 크기가 돌려받는 땅의 14.6배인 불리한 거래인 셈이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이날 다자 회담에서도 “영토 문제 등 매우 민감한 문제는 3자 회담이라는 정상 단위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쟁점③ 先휴전vs평화협정 일괄타결

일단 휴전부터 하고 종전 협상에 들어가느냐, 이 과정을 거르고 평화 협정 일괄 타결로 가느냐도 이견을 좁혀야 할 과제다. 일괄 타결론은 푸틴이 주장해 왔고 미ㆍ러 정상 회담 이후 트럼프도 이쪽으로 기울었다. 트럼프는 이날도 휴전을 하면 그 기간에 전열을 재정비하고 결국 전쟁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휴전 무용론’을 폈다.

하지만 다자 회담에서는 ‘선(先)휴전론’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메르츠 독일 총리는 “솔직히 다음번 회담까지 최소한 휴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휴전 없이 다음 회담 개최를 상상할 수 없다”며 “이 부분에 집중하고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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