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9일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의혹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데 대해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19일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인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데 대해 감찰을 포함한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로 띠지·스티커를 버렸다”는 입장이지만,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수사 축소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정 장관은 이날 “남부지검의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 단서 유실 및 부실 대응 문제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진상 파악과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감찰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정 장관 지시 직후 대검찰청은 곧장 감찰을 위한 조사팀 구성에 나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대검 감찰부의 직접 감찰과 함께 진상파악 및 책임소재 규명을 지시했다. 대검은“감찰3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구성해 서울남부지검으로 보내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관봉권 5000만원을 포함해 현금 총 1억6500만원이 확보했다. 뉴스1

서울남부지검은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실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현금 1억6500만원을 확보했다. 이 중 5000만원은 한국은행이 밀봉한 관봉권이었다. 관봉권은 조폐공사가 새 돈을 찍어 한국은행에 보낼 때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로 띠를 두른 돈이다. 전씨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돈을 갖다 주면 쌀통에 집어넣었다. (누구한테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관봉권에 붙어있는 띠지·스티커는 현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로 꼽힌다. 관봉 지폐는 100장씩 띠지를 두르고 이 다발을 10개씩 비닐로 포장해 스티커를 붙이는데, 띠지·스티커에는 ▶지폐 검수 날짜 ▶담당자 코드 ▶처리 부서 ▶기계 식별 번호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봉권은 한국은행 발행 후 금융기관으로 유통되는 탓에 개인이 소지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전씨 집에서 발견된 현금이 범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이 해당 관봉권의 스티커와 띠지를 분실함에 따라 전씨 자택서 발견된 현금의 이동 경로와 흐름을 추적할 증거가 사라졌다. 다만 스티커는 촬영한 사진이라도 있지만 띠지는 사진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관봉권이 아닌 시중은행 띠지에도 검수관 도장, 취급 지점 등이 적혀있어 출처를 파악할 수 있다. 검찰은 뒤늦게 한국은행에서 관련 정보를 파악하려 했지만 자금 출처 규명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12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전씨의 실주거지에서 압수한 ‘한국은행’ 발권 표시가 된 5000만원 묶음의 관봉권에 붙은 스티커. '2022년 5월 13일 오후 2시 5분 59초'라고 써있기도 하다. 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은 압수물인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띠지를 실수로 버렸다는 입장이다. 뉴스1

서울남부지검은 압수물을 공식 접수하기 위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로 띠지·스티커를 버렸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분실 사실을 지난 4월에 인지했지만, 별다른 경위 조사는 없었다고 한다. 이는 대검찰청에도 보고됐지만 “수사 진행 중에 감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감찰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박상진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은 이미 기소돼 검찰에서 처리한 사건으로 특검이 이첩받은 사건이 아니다. 압수물 관련 사안은 알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