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도체 빼니 수출 마이너스…밖은 관세, 안은 규제, 상황 더 어려워진다

본문

올해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의 수출은 전년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호황으로 다른 곳의 위기가 묻히는 이른바 ‘반도체 착시’ 현상이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새 정부의 각종 규제 입법까지 더해져 앞으로의 수출 전망은 더 어둡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를 뺀 올 1~7월 누적 수출액은 3075억6000만 달러(약 427조5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했다. 주요 수출 품목 15개 중 반도체·선박·무선통신·컴퓨터·바이오헬스를 제외한 일반기계(-10.8%), 석유화학(-10.9%), 석유제품(-17%) 등의 10개 품목의 수출이 줄어든 결과다.

17555950529466.jpg

김영옥 기자

일반기계는 지난해 3월 이후 수출 감소가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휘청이고 있는 석유화학, 미국의 50% 품목관세를 부과받게 된 철강제품은 올 1월부터 7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과 저가 공세,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등으로 반등의 계기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한국 수출은 겉으로 보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올 7월까지 수출은 3955억 달러로 전년보다 0.8% 증가했다. 지난 7월의 경우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9% 증가한 608억2000만 달러로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늘어나며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147억1400만 달러로 7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다. 올 7월까지 반도체 누적 수출액(880억 달러)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수출 통계를 한 꺼풀 벗겨내면 사정이 달라진다.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올 7월 한 달 실적을 뜯어봐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지난해보다 0.4% 감소했다. 반도체·자동차·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품목의 수출이 역성장하면서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7월 24.2%로 1년 전(19.5%)보다 4.7%포인트 높아졌다

17555950531601.jpg

김영옥 기자

한국의 수출 경쟁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으로 세계 10대 수출국 중 수출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0.8%), 프랑스(-1.6%), 독일(-1.9%)이 유일했다. 미국 등의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 중인 중국(6.4%)과 일본(6%)은 같은 기간 오히려 수출이 늘었다. 천소라 인하대 경제학 교수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 대부분이 사이클을 타는 산업이라 수출 변동성이 큰 데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산업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추격을 허용한 상황”이라며 “수출을 새롭게 이끌 신산업을 육성해야 하지만 한국 경제의 체력 자체가 부족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 수출 환경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품 수출액 증가율을 1.2%로 전망했는데, 내년 전망치는 그보다 낮은 0.2% 수준이다. 관세 부과 전 선제적 수출 효과 등이 축소되면서 수출이 둔화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안팎의 어려움도 이어지고 있다. 밖으로는 관세 협상 타결 후에도 이어지는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가장 큰 악재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종에 대한 추가 관세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가전·변압기 등은 해당 제품에 쓴 철·알루미늄 원가에 대해 50% 관세를 더 내야 미국에 수출될 수 있다. 관세 정책 등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안으로는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이 줄줄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점이 많이 없어진 데다, 중국의 추격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은 당분간 수출 회복이 쉽지 않다”며 “단기적으로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노란봉투법 등에 대한 완급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57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