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선로 작업 승인 7분 뒤 참변…열차 감시앱 있었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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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 52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마산으로 향하던 무궁화 열차가 선로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경찰과 소방, 코레일 등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는 가운데 우측으로 열차가 서행하고 있다. 뉴스1

19일 오전 10시52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선로 작업자 7명이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소방본부와 경북경찰청·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역에서 약 2.5㎞ 떨어진 비탈면 선로 근처에서 구조물 안전진단 작업을 위해 도보로 이동 중이던 작업자 7명이 무궁화호 열차 제1903호에 치였다. 청도소방서 관계자는 “기차가 전기기관차라 소음이 적어 작업자들이 뒤에서 기차가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로 주변 노반에 수풀 우거져 

작업자들은 이동할 때 철길이 아닌 노반(철도 궤도를 부설하기 위한 토대)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날 사고 현장을 살펴보니 철로 바로 옆으로 수풀이 우거져 있어 철로와 멀리 떨어져 걷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코레일 관계자 역시 “원래 안전하게 노반에서 이동해야 하지만, 선로 옆 자갈길로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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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차 사고가 발생한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 위에서 사고 수습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철로 근처에서 작업을 위해 이동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김정석 기자

사고가 난 구간이 '곡선 구간'이어서 열차 기관사가 사고 지점까지 이르러서도 선로 주변 작업자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고 지점은 커브 구간에서 120m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가 시속 100㎞로 달리고 있을 때 급히 제동을 하더라도 완전 정지까지 열차 무게에 따라 700m에서 1㎞까지 걸리기 때문에 열차가 작업자를 가까운 거리에서 확인하고 급히 멈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숙박업소와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도 사고 발생을 인지할 만한 특별한 상황은 없었다고 했다. 한 주민은 “열차에서 경적 소리가 울린다거나 충돌하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며 “언론 보도를 보고 열차 사고가 난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해당 열차는 오전 10시24분 동대구역을 출발해 경남 진주에 낮 12시36분 도착하는 일정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열차는 시속 약 100㎞로 운행 중이었다. 현장에는 별도의 안전요원은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물 폭우 피해 점검차 들어가 

코레일에 따르면 작업자들은 총 7명으로 코레일 소속 1명, 구조물 안전점검 전문업체 소속 6명이다. 이들은 최근 폭우로 생긴 경부선 남성현역∼청도역 구간 비탈면 구조물 피해를 점검하기 위해 해당 구간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45분 역장의 작업 승인을 받았고, 출입문을 통해 입장해 약 7분을 이동하다 무궁화호에 치였다.

또 작업자들이 열차가 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열차 감시 애플리케이션을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인지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그 앱을 갖고는 있었지만 감지를 했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이날 사고로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된 구조물 안전연구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열차가 접근할 때 울리는 경보 앱이 울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경보 앱이 작동을 했지만 대피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취지다. 경찰은 A씨의 진술처럼 앱 정상 작동 여부도 조사 중이다.

"무전기가 울려 돌아봤는데 열차가 보이지 않아 오작동이라고 생각해 철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은 인력 65명과 장비 16대, 헬기 1대 등을 동원해 사고 수습을 하는 한편 사상자들을 청도 대남병원, 경주 동국대병원, 경산 세명병원, 안동병원 등으로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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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차 사고가 발생한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에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이날 사고로 철로 근처에서 작업을 위해 이동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김정석 기자

당시 사고 열차에는 승객 8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탑승객 가운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열차는 이날 낮 12시44분쯤 목적지인 경남 진주 방향으로 다시 출발했다.

경찰 등 관계기관이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한 상태지만 전반적인 사고 상황을 고려할 때 관리·감독 소홀 등에 따른 전형적인 ‘인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열차가 사고 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에도 근로자들이 선로 주변에서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감시 앱 등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점 등이 거론된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다친 근로자 등을 상대로 소속 회사와 작업 책임자 등이 철도안전법 등 관련 법에 따른 안전조치를 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절차상 문제 여부 파악 나서 

코레일 측은 “피해자들이 위험지역 2m 바깥에서 이뤄지는 상례작업을 하다가 작업을 마친 후 이동하던 중 곡선 구간인 열차 운행 선상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긴급 점검반을 파견해 전국 철도 작업 현장에 대한 안전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대구고용노동청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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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52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도에서 선로 작업자 7명이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한편 사고가 난 현장 주변은 평소라면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이날은 사고 여파로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선 코레일 등 관계자들, 언론사 취재진들이 몰려들면서 일대는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유명 관광지인 청도소싸움경기장 인근에 위치해 있지만 소싸움 경기가 매주 토·일요일에만 열리기 때문에 평일 낮에는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레일 측이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막아뒀지만, 사고 현장 주변 철로에 사고 수습 관계자들이 걸어다니며 확인하는 모습이 멀리 내다 보였다. 사고 후에도 열차 운행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하행 구간을 통제하고 상행 선로로 상하행 열차가 교대 운행하는 중이어서 일부 열차 운행이 늦어졌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KTX 6대와 일반열차 12대가 각각 20∼50분, 20∼60분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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