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파인’ 성공리에 마친 임수정 “내가 좇는 보물은 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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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첫 공개된 11부작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 바다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생계형 촌뜨기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이야기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서인지, 양정숙을 응원하게 된다는 분들도 있더라. 작품이 운(運) 때를 잘 만난 것 같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수정(46) 배우는 이렇게 말했다. 임수정은 지난 13일, 마지막 회(11화) 공개를 마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에 흥백산업 회장의 배우자이자 돈과 권력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양정숙 역할로 출연했다.

기자가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양정숙이 사랑을 받은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위와 같이 답하며 “악역이면서도 인간적으로 짠한 면모가 있고, 전략적인 것 같으면서도 빈틈이 많은 인물의 특징을 시청자들이 귀엽게 봐주신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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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의 또 다른 매력은 서울과 목포로 나뉘어 보물을 차지하려 드는 캐릭터들이다. 주연인 류승룡, 양세종 배우는 물론, 장광, 김성오, 이상진, 김종수, 정윤호, 이동휘 등 매력적인 조연이 다수 등장해 극의 재미를 살렸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파인’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바다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생계형 촌뜨기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이야기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연재된 윤태호 작가의 웹툰 ‘파인’을 원작으로 했다. 류승룡, 양세종 등 주조연 배우의 연기 활약, 실감 나게 구현한 목포 사투리 등으로 호평 받았다.

디즈니플러스에 따르면 ‘파인’은 지난 12일 기준, 전 세계 OTT 플랫폼 콘텐트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서 디즈니플러스 한국 콘텐트 종합 순위 25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처음 공개된 이후 7일간 집계한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시리즈 ‘나인퍼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청 수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무대의 이목도 끌어냈다.

‘파인’이 공개된 후 임수정 배우의 연기 변신이 화제가 됐다. 임수정은 극 중 목표인 ‘보물선 찾기’의 자금줄을 쥔 흥백산업 회장의 배우자 역할로 이전까지 선보인 적 없던 ‘악역’ 양정숙을 연기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이후 13년 만에 연기 합을 맞춘 류승룡 배우는 지난 18일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임수정 배우가 양정숙을 연기했다고 했을 때 너무 기대됐다.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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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배우는 "유튜브 쇼츠로 양정숙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 많이 보이더라"며 "관심을 가져주시고 칭찬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역을 소화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임수정 배우는 “연기밖에 모르던 20대 때는 인터뷰 끝에 장르물이나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곤 했는데 막상 그 기회가 오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며 “도전이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올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배역을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물러섬 없이 기회를 잡았다.”

그는 “제작사 대표의 추천으로 원작 웹툰을 보게 되었는데, 원작 속 양정숙은 훨씬 더 악인에 가까웠다. 먼저 출연 제안을 준 강윤성 감독에게 내가 (양정숙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되물었다”고 밝혔다. 강윤성 감독의 대본을 지도 삼아 연기의 방향을 잡았다. “양정숙의 돈에 대한 욕망과 집착, 권력욕, 사랑관, 감정 상태 등이 대본의 대사 하나하나에 녹아 들어있었다. 연기하며 임의로 대사를 수정한 부분은 거의 없다.”

원작의 냉정한 양정숙과는 달리,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묘사해 입체감을 살려냈다. 그는 “로맨스가 중심인 장르는 아니지만, 짧은 장면 안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서툰 면모를 넣어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남편 역할로 나오는 장광 배우와의 합도 신경 썼다. “전략적 관계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부부인데, 어떤 호흡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장광 배우는 내가 뭘 하든 다정하게 챙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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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배우는 1970년대 고증을 위해 스타일링에도 신경썼다. 그는 "모든 배우가 분장, 의상팀과 함께 스타일을 고민했다. 양정숙의 부풀린 머리를 유지하려고 분장팀이 많이 애써주셨다"고 전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내가 맡은 배역 중 가장 자신에게 솔직한 인물이라 속이 시원했다”는 임수정 배우는 “양정숙을 연기하는 내내 정말 재밌었다. 배우가 즐겨야 시청자들도 좋게 평가하는 것 같다. 거기서 인물의 설득력도 생기는 거구나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연기가 재밌다. 지난해 찍은 ‘파인’에 이어 요즘엔 다음해 공개 예정인 tvN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을 찍고 있는데,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계속 만나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파인’에서 양정숙이 보물을 좇듯, 배우 임수정이 좇는 보물은 역시 배역이다. “앞으로는 양정숙보다 더 서늘한, 빈틈도 주지 않는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좀 더 깊이 있는 멜로 장르도 해보고 싶다. 내가 좇는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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