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물 한방울 아쉬운데 세종보까지 방치”…금강 주변 농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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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금강 주변 농민들이 농사지을 물이 부족하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농민들은 “물 한 방울이 아쉬운데 세종보는 7년째 방치돼있고, 금강 상류에 건설된 대청호에서도 물 공급이 시원치 않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금강 세종보가 수문이 열린 채 7년째 방치돼 있다. 중앙포토
세종시 농민들 "세종보 가동해야"
20일 세종시에 따르면 세종시 연동면 합강리·명학리·응암리·노송리·예향리와 충북 청주시 강내면 당곡리 등 금강 주변 400여가구 농민은 농업용수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지역 농민들은 “지난달 충남북 지역에 물난리가 날 정도로 비가 많이 왔지만, 세종시를 포함해 충청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대청호 주변은 비가 찔끔 내렸다”며 “이 바람에 논이 말라가고 밭은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요즘 벼 이삭이 팰 시기여서 논에 물이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알곡이 제대로 생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들깨 등 밭작물은 말라죽고 있다고 한다. 이 일대 농민은 인근 금강물을 공급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 19일 연동면 노송리 들녘에서 만난 주민 신창덕(73·농민회장)씨는 “가뭄으로 금강에 흐르는 물이 적어져 양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라며 “한국수자원공사에 대청호 용수 공급량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 일대 4만9500㎡의 논과 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신씨는 “세종시 한복판에 만든 세종보에 물을 가두면 지금처럼 비상상황에 물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세종보를 왜 방치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세종보에 물을 담아 놓으면 비상시 끌어 쓸 수도 있고, 충청권 500만 식수원인 대청호 물을 아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세종보에서 약 10㎞ 정도 떨어져 있다.

세종보 가동 추진 주민협의체가 "보를 즉시 가동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독자
수자원공사 "공급할 용수 충분치 않아"
주민 장흥순(65)씨도 “세종보처럼 물을 담을 시설이 있는 데도 활용을 하지 않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18일 세종시청을 찾아 최민호 시장에게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최민호 시장은 “세종보를 가동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는 등 용수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대청댐 담수량도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농민들 요구를 흔쾌히 수용하기 어렵다”라며 “이 상태로 비가 적게 내리면 식수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 측은 해마다 4월부터 10월까지 대청호에서 금강에 하루 80만~100만t의 용수를 내려보낸다. 지난 19일 현재 대청호 담수율은 61.6%로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다.

세종시 연동면 농민회장 신창덕씨가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진 논을 가리키고 있다. 김방현 기자
세종보 2018년 1월 개방
한편 문재인 정부는 생태계를 복원한다며 2018년 1월 세종보를 개방하고, 3년 뒤 보 해체를 결정했다. 정부는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약 6개월간 30억원을 들여 세종보를 수리했지만, 일부 환경단체 회원이 세종보 인근에서 농성하자 보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
세종보는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를 건설하면서 계획했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완공됐다. 공사비는 1287억원 들였다. 또 보를 가동하면 수력발전시설을 통해 연간 1만1000여 명이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오랫동안 보를 가동하지 않음에 따라 세종시 금강은 모래가 날리고 고라니가 뛰노는 곳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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