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 잃은 치매노인 72시간 만에 산속에서 찾은 형사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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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 오전 7시56분쯤 대전경찰청 112상황실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전날(4일) 오후 집을 나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였다.

"집을 나가신 아버지 돌아오지 않는다" 신고 접수

신고자는 아버지 A씨(70대 후반)가 집을 나간 시간을 4일 오후 4시14분쯤으로 추정했다. 요양보호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아파트(대전 서구 복수동)에서 나갔다는 게 가족의 설명이었다. 신고 시간에서 A씨가 집을 나간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15시간이나 지난 상황이었다. 가족들은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지가 자진에서 귀가하기를 기다렸지만, 날이 바뀌어도 돌아오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며 다급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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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일 대전시 서구 복수동의 한 아파트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노인(노란색 원)이 지팡이를 들고 현관문을 나서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신고를 접수한 112상황실은 관할인 대전서부경찰서에 상황을 전파하고 신속한 대처를 지시했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 A씨가 아파트를 나와 천변과 등산로 사이 갈림길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신고가 접수된 지 하루가 지난 6일 오전의 일이었다.

A씨는 치매와 파킨슨병까지 앓고 있는 노인으로 골든타임 내에 발견하지 않으면 생명의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전서부경찰서는 형사 25명을 투입, A씨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에 나섰다. 드론까지 동원했지만 A씨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대전경찰청은 시민들의 제보를 기대하며 5일 오전 10시18분과 오후 4시50분 두 차례 A씨의 인상착의를 담은 ‘실종 경보 문자’를 발송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야간 수색 나선 경찰, 골짜기에서 노인 발견

신고 접수 사흘째인 6월 7일 경찰은 야간 수색에 돌입했다. 더는 시간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등산로가 없던 비탈길과 골짜기를 수색하던 대전서부경찰서 전광훈 경사는 A씨가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바지를 발견했다. 수색 범위를 넓혀가던 전광훈 경사는 산비탈에서 웅크려 있던 A씨를 발견했다. 집을 나간 지 72시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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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일 오후 4시쯤 대전시 서구 복수동의 한 아파트에서 실종됐던 70대 노인이 72시간 만인 7일 오후 8시쯤 경찰에 발견된 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A씨는 탈진 상태였지만 의식은 남아 있었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A씨를 인근 병원으로 후송,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다행히 A씨는 건강에는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실종사건 시민 제보가 결정적 역할" 당부

대전서부경찰서 전광훈 경사는 “고령의 어르신이라 골든타임 내에 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이번 실종사건을 위해 두 차례 경보문자를 발송했는데 제보가 없었다. 치매 노인이나 아동 실종사건에는 시민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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