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 흘러내린 산청 상능마을, 800m 떨어진 곳에 이주단지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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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극한 호우 때 대규모 ‘땅밀림’ 현상 등으로 지반 자체가 쓸려 내려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이 된 경남 산청군 상능마을의 집단 이주지가 정해졌다. 먼발치에서 상능마을이 보이는 위치라고 한다. 앞서 하루아침에 평생 산 터전을 잃은 주민들 바람은 “태어나고 자란 고향(마을)을 바라보면서라도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 이주단지 계획도. 자료 경남도
800m 거리에 새 보금자리 만든다
20일 경남도·산청군에 따르면 상능마을 이주 단지는 산청 생비량면 제보리 한 농경지에 1만5000㎡ 규모로 조성된다. 산기슭에 있는 원래 마을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이다. 산 아래 있어 산사태 위험은 덜한 곳이라고 한다. 이주 단지엔 13가구 16명의 마을 주민이 살 집과 마을회관이 들어선다. 2028년 주민 입주가 목표다. 지자체는 마을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짓고, 사업비 305억원을 들여 이 같은 이주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16~19일 쏟아진 폭우로 상능마을 지반 자체가 폭삭 내려 앉았다. 완만한 경사지에서 지반 전체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땅밀림 현상(5만6900㎡)과 토사 유실(7만3100㎡)이 발생한 면적은 무려 13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축구장(7140㎡) 18개 크기다. 이 때문에 마을 주택 등 건물 26채가 매몰되거나 파손됐다. 마을로 향하는 도로 일부 구간이 붕괴되거나 토사에 파묻혀 길마저 끊겼다. 추가 지반 붕괴 우려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다.
산청군은 “흘러내린 흙더미를 치우고 무너진 집을 철거하는 데에만 100억원 이상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2차, 3차 땅밀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마을을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20일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 일부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무너져내렸다. 토사와 함께 집이 흘러내리면서 잔해만 남았다. [뉴스1] 20일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이 지난 19일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에 토사가 쌓여 있다. 2025.7.20. [뉴스1]
주민들 “마을 보이는 곳이라 다행”
이번에 결정된 이주 단지는 마을 주민 다수가 원했던 장소라고 한다. 김광연 상능마을 이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주 단지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마을 끄트머리가 보인다”며 “마을 어르신 대부분이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 살았다가 보니, 고향 그림자라도 밟고 냄새라도 맡으며 살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산사태 위험이 없으면서 마을이 보이는 위치에 이주 단지가 조성되길 바라셨다”고 전했다.
현재 마을 주민 10가구 13명은 마을 인근 모텔 한 곳에서 함께 지내고 있고, 나머지 3가구는 지인 또는 자녀 집에서 머물고 있다. 이주 단지가 조성되기 전까지 임시거주시설 생활이 불가피하다. 이주 단지 조성은 현재 사유지인 터 매입, 설계, 농업진흥지역 해제 등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약 3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상능마을, 재난 기억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경남도와 산청군은 상능마을 지역을 보존해 ‘기억의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땅밀림·산사태 피해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교육 장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가칭 ‘상능마을 메모리얼 체험관’ 구축이 목표다.
이를 위해 땅밀림 발생 지역 둘레에 울타리를 쳐서 사람 접근을 막고, 지반이 다시 무너지는 2차 피해로 흙더미가 밀려 내려오면 이를 막아줄 3만3950㎡ 규모의 침사지(모래막이 못)도 설치하기로 했다.
허종근 산청군 행정복지국장은 “메모리얼 체험관을 조성하는 것으로 행정안전부와 협의했다”며 “건물은 크게 짓지 않고 피해 현장을 살펴보러 온 분들이 잠시 들어가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될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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