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곡선 구간 시야 가려, 피할 공간 있었다" 열차사고 수사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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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북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노동 당국 등 합동감식에 참여한 기관 관계자들이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경북 청도군 경부선 철로에서 근로자 7명이 무궁화호 열차에 치어 숨지거나 다친 사고와 관련해 수사당국이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결과 곡선 구간이 사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경찰청 수사전담팀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은 20일 사고가 난 철로 주변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피하려 했다면 대피할 공간 있었다”

수사전담팀장을 맡은 안중만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감식을 진행한 후 브리핑에서 “정확한 사고 위치와 상황, 과실 여부 등을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 다방면으로 살펴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19일 오전 10시52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선로 작업자 7명이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역에서 약 2.5㎞ 떨어진 비탈면 선로 근처에서 구조물 안전진단 작업을 위해 도보로 이동하다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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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북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노동 당국 등 합동감식에 참여한 기관 관계자들이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안 팀장은 사고 현장과 가까운 곡선 구간에 대해 “곡선 코스가 좀 많아서 실제 육안으로 (열차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기가 용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측은 되지만 정확한 것은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사고 당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열차가 오는 것을 예측하고 피하려고 했다면 충분히 피할 여지는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열차 블랙박스 등 확보해 분석 중”

다만 다른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어서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작업자 7명 중 4명이 들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 감시 애플리케이션이 울렸는지 아닌지와 기관사가 피해자들을 발견하고 경적을 울렸는지, 근로자들이 철로에서 얼마 정도 떨어져 걷고 있었는지, 작업 매뉴얼에 따라 이동을 했는지 등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작업자들은 이동할 때 철길이 아닌 노반(철도 궤도를 부설하기 위한 토대)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원래 안전하게 노반에서 이동해야 하지만 선로 옆 자갈길로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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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북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노동 당국 등 합동감식에 참여한 기관 관계자들이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 사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수사전담팀은 사고 열차에 부착돼 있던 블랙박스와 현장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또 작업에 투입된 하청업체 직원들이 당초 코레일 측과 맺은 계약 업무 외 추가로 지시된 작업에 급하게 투입됐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용역계약 준수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고용부도 위법 여부 수사 나서

경찰뿐 아니라 검찰과 고용노동부 등도 이번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들어갔다. 대구지검은 20일 청도 열차 사고와 관련해 2차장 검사를 팀장으로 하고 공공수사부장, 중대산업재해 전담검사 3명, 교통 전담검사 1명 등 총 6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대구고용노동청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피해자들이 위험지역 2m 바깥에서 이뤄지는 상례 작업(열차운행 중 시행하는 선로유지 보수작업)을 하는 것이어서 (열차) 차단 조치는 하지 않았다”며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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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경북경찰청 청사 전경. 김정석 기자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2명은 청도대남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장례 절차를 밟고 있다. 중경상을 입은 부상자 5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자 5명 중 생명에 지장이 있는 사람은 없지만, 부상 정도가 심해 호전된 뒤에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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