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근과 채찍'에 혼 쏙 빠진 기업들…당정 냉∙온탕 정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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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기념 촬영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0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AI 대전환으로 3% 잠재성장률을 현실화하겠다”며 새 정부의 경제 성장 전략 밑그림을 공개했다. 성장률 목표를 내세우며 “첨단 신산업 분야에 재정·세제·금융·인력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세부 내용은 기업 활동 지원책뿐 아니라 경제계가 반대하는 친(親) 노조 정책도 다수였다.
이날 당정이 발표한 4대 정책 방향은 ‘기술 선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 ‘지속 성장 기반 강화’다. 기술 선도 성장과 관련해 ▶인공지능(AI) 전략 ▶첨단 신산업 핵심 프로젝트 선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정부는 기업과 협력해 기술을 과감히 투자하고 민간은 이를 발판 삼아 혁신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민주당과 정부는 입법과 예산으로 전 과정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구체적 초혁신 아이템을 목표로 설정하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집중적으로 지원해 단기에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며 “여당 중심으로 국회와 온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회의 참석자는 통화에서 “25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업과 정부, 여당이 ‘경제 원팀’을 이루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 테이블에는 기업이 부담을 표해온 정책들도 적잖이 올라왔다고 한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공정한 성장을 위해 납품 대금 연동제 대상 확대 등 불공정 거래를 해소,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 등 산업재해 근절을 요청했고 정부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하청이 원청에 납품하는 물품의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제도다. 산업안전보건법 확대의 경우 양대 노총이 정부에 꾸준히 요구 중인 사안으로, 재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당정이 지속 성장 기반 강화책으로 제시한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확대 역시 “경영자의 의사 결정권이 위축된다”는 재계의 우려가 모이는 지점이다. 스튜어드십은 국민연금 같은 기관 투자자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수탁자책임 원칙’을 뜻한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경영 투명성 보장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기업인들은 앞서 “정부가 주도하는 현행 이해관계자 중심의 기금운용위원회를 전원 민간 투자·금융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경총) 등의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독려와 제재를 병행해 기업 입장에서 혼란이 커지는 ‘냉·온 교차식’ 정책 발표는 현 정부들어 반복되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제3차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 기업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정부”를 강조하며 기업 경영 활동 위축을 막는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 가동을 지시했다. 바로 전날 국무회의에서 기업을 겨냥해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 (될 것)”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언급한 지 하루 만이었다.
당정은 이런 온도차의 배경으로 “경제 성장이 절실하지만, 노동계도 외면하기 어려운 고충이 있다”고 설명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기업 요구를 도외시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 정부 탄생을 뒷받침한 오랜 핵심 지지층의 바람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의원도 “전반적 기조를 바꿔가는 중이더라도 약자 중심이라는 민주당 전통을 버릴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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