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李 대통령 “위안부 합의 유지”…日 ‘역전 인생’ 조명하며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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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국가 간의 약속’으로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일본은 “환영”했다. 과거 야당 대표 시절 일본에 대해 강경 발언을 내놨던 이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서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는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현실 노선’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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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밝게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일본이 주목한 것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한국 국민으로서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전 정권의 합의”라면서도 “국가로서 약속을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서 역사 문제와 경제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two track)’ 방침을 밝혀온 바 있다.

요미우리는 대통령의 이런 발언 배경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계정세가 있다고 분석했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이 대통령이 미국과 동맹국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재인식’했다는 것이다. 한·일 관계에서 역사 문제와 경제 협력을 나누는 ‘투트랙’ 역시 실용주의 외교로 평가했다. 과거 강경 행보에 대해 “야당 시절에는 싸울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했다.

지난 7월 일본을 방문해 이 대통령과 면담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한의원연맹 회장이자 전 총리는 요미우리에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사자성어인 유언실행(有言實行)을 언급하며 방일을 호평했다. 셔틀외교 활성화에 의욕을 보여온 이 대통령이 실제로 방미 전 일본을 찾아 실천에 옮긴 것을 환영한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측근이자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총리 보좌관 역시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환영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많은 일본 국민이 대통령의 자세를 우려해왔는데 이번 발언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색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에 대해서도 “관계가 깊어진다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시게토쿠 가즈히코(重徳和彦) 정조회장은 이 대통령이 일본과 안전보장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안심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한이 손잡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최근 의석수를 늘려가고 있는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는 “한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렸던 일·한 관계가 좋은 형태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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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니난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뉴스1

대통령 집무실에서 약 1시간 반에 걸쳐 이뤄진 인터뷰는 오이카와 쇼이치(老川祥一) 요미우리신문 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직접 질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은 시기도 있었다”면서 변호사 시절 일본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생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에도(江戸) 막부 시대를 연 무장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에 대한 책을 수년에 걸쳐 읽으며 “일본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거나 “인내심을 존중하게 됐다”는 발언도 소개됐다. 이 대통령의 인터뷰를 8개 면에 걸쳐 보도한 요미우리는 이 대통령의 소년공에서 대통령까지 오른 ‘역전 인생’을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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