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이 대통령은 “게이츠 이사장께서는 저도 매일 쓰는 (컴퓨터 운영체제) ‘윈도우’를 개발해서 모든 세상 사람이 ‘창문’을 통해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제는 백신 개발이나 또는 친환경 발전 시설 개발로 인류를 위한 새로운 공공재 개발에 나서셨는데, 참 존경스럽다”고 덕담을 건넸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접견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과 게이츠 이사장의 대화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분야와 백신 등 글로벌 보건 협력을 주제로 진행됐다. 게이츠 이사장은 SMR 개발사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또 게이츠재단은 코로나19 당시 백신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등 개발도상국을 위한 보건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SMR이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전력 수요 증가에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도 차세대 원전 건설에 관심이 많고, SMR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이 많다”며 “세계 시장에서 활약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야말로 SMR의 강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게이츠 이사장의 테라파워에는 HD현대, SK, SK이노베이션 등이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과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세계 보건과 관련해선, 게이츠 이사장은 자신의 목표를 이 대통령에게 밝혔다. 그는 “(게이츠 재단이 설립된) 2000년 이후 세계 보건에서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아동 사망의 숫자를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에 따르면, 전 세계 5세 이하 아동 사망자 수는 2000년 연간 약 1000만 명에 달했지만, 현재 약 500만 명으로 줄었다. 게이츠 이사장은 “저희는 앞으로 20년 동안 이 숫자를 연간 200만 명 이하로 줄이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바이오사이언스 제품들은 경이로운 수준”이라면서다. 그는 바이오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 SK, LG, SD바이오센서, 유바이오로직스를 언급한 뒤 “10년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작았던 한국의 이 산업들이 너무나 크고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한국 바이오 기업들과 이미 협력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LG화학은 게이츠재단이 설립한 국제백신연구소(IVI)에 참여하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번 방문에서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바이오 기업 대표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과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게이츠 이사장은 오는 24일부터 진행되는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언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잘 나누라” 덕담을 전했고, 이 대통령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슬기롭게 잘 대화하겠다”고 답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은 3년 만이다. 그는 재단을 통해 개인 재산의 99%와 기부금 등 2000억 달러(280조 원)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후 변화와 개발도상국의 보건, 빈곤 퇴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