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손목 수술만 4번...불가능을 메치는 재일동포 유도 국가대표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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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손목 수술을 딛고 다시 달리는 재일동포 유도 국가대표 김지수. 왼손엔 테이핑이 칭칭 감겼다. 전민규 기자
"다섯 번요, 아니 네 번 했네요. 워낙 많이 다쳐서 세는 걸 멈춘 지 한참 됐어요."
여자 유도 재일동포 국가대표 김지수(25)에게 '지금까지 수술을 몇 번 했느냐'고 물었는데, 김지수는 손가락을 펴고 횟수를 세다 머리를 긁적였다. 김지수는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직후 왼손목 수술을 받았다. 약 8개월간의 지루한 재활을 거쳐 지난달 매트에 복귀했다. 대한유도회는 선발전을 치르지 않은 그를 강화선수 자격으로 대표팀에 발탁했다. 여자 63㎏급 김지수는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이 체급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26위)이 가장 높다. 지난 20일 서울 태릉선수촌 유도장에서 만난 김지수는 "하도 오래 쉬었더니, 다른 나라 유도 선수들이 '혹시 은퇴한 거 아니냐'고 묻더라. 빨리 국제무대에서 복귀해서 건재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수는 여자 재일동포 선수로는 태극마크를 단 첫 사례다. 전민규 기자
김지수의 왼쪽 손목엔 칼자국 투성이다. 같은 부위만 네 차례 수술하면서 남은 흉터다. 처음 수술대에 오른 건 2021년 도쿄올림픽(16강 탈락)이 끝난 직후였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치료를 미룬 채 훈련한 탓에 손목이 인대가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상태였다.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그는 예정보다 이른 2022년 4월에 복귀했다. 하지만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훈련하다 손목이 부러져 재차 수술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엔 같은 부위에 철심을 끼워 넣는 수술을 한 차례 더 받았다. 결국 2021년 9월부터 약 2년 동안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23년 6월 김지수는 63㎏급으로 체급을 올리고 복귀했다. 파리올림픽이 1년 남은 시점이었다. 그래도 기어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파리에선 혼성단체전에서 동메달(개인전 8강 탈락)을 목에 걸었다. 기쁨도 잠시, 올림픽 후 네 번째 손목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손목에 한계가 왔다. 이번엔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은퇴 갈림길에서 김지수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내가 한국행을 결심한 건 태극마크를 달고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였다"며 유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김지수는 왼손과 팔목에 테이핑을 칭칭 감고 훈련과 경기에 나선다. 테이핑 시간만 20분 걸린다. 김지수는 "붕대처럼 동여매도 손목에 통증이 있다. 고주파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음 날 메치지 못할 만큼 아프지만, 목표가 있기에 견딘다"고 털어놨다.

김지수는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금메달에 도전한다. 전민규 기자
김지수는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 3세다. 부모 모두 한국 국적이다. 김지수는 고교 시절 종주국 일본이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였다. 유도 명문 슈쿠가와고 1학년 때 2016 전일본고교유도선수권대회에서 3학년 언니들을 물리치고 48㎏급에서 우승했다. 전국대회에서 고교 1학년이 금메달을 차지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일본 고교유도선수권은 1000여 명이 경쟁하는 시 예선-현 예선을 통과한 50여 명의 선수가 겨루는 최고 권위 대회라서다.
그런데 김지수는 고3 때 57㎏급으로 다시 한 번 이 대회 정상에 섰다. 당시 일본 언론은 "유도 천재가 나타났다"며 김지수를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김지수는 고교 졸업 후 2019년 한국으로 건너와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지수는 내년 아시안게임을 바라보고 있다. 개최지가 고향 히메지시와 차로 2시간30분 거리인 나고야다. 김지수는 "고향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겠다. 태극마크를 달았을 땐 일본 선수들이 두려워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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