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8조 한국형 전자전기 개발, 방산업계 빅4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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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자전기(전자전 항공기) 개발 사업 주도권을 놓고 방산업계 ‘빅4’가 맞붙었다. 대한항공·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이 각각 컨소시엄을 꾸려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전자전기 국산화 프로젝트 입찰에 나섰다.
대한항공·LIG넥스원은 방위사업청이 입찰 절차를 진행 중인 전자전기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한다고 21일 공식 선언했다. KAI·한화시스템 역시 사업 참여를 공식화하고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총 1조7775억 원을 투입해 2030년대 중반까지 국산 전자전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 손잡고 대한민국 공군의 전자기 스펙트럼(EMS) 전력 확보를 위한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21일 밝혔다. 사진 대한항공
전자전기(Block-Ⅰ) 체계개발 사업은 외국산 민항기를 기반으로 전자전 임무 장비를 탑재·개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변국의 위협 신호를 수집·분석하고, 전시에 전자공격(jamming)으로 적 방공망과 무선 지휘통신 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임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전자전기 독자 운용 능력을 갖춘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뿐이다. 한국 공군은 한미연합훈련에서 미군 전자전기 지원에 의존해왔다.
정부는 이번 입찰을 통해 1단계 전자전기를 확보한 뒤, 침투형 전자전기 개발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자전기는 레이더, 통신, 신호정보,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체계로 기술 축적과 생태계 확산 효과도 크다.
업계의 시선은 두 컨소시엄의 경쟁 구도에 쏠린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천궁-Ⅲ 개발’에서 맞붙었고, 대한항공과 KAI는 ‘블랙호크 성능개량사업’에서 경쟁한 바 있다. 당시 LIG넥스원과 대한항공이 각각 사업권을 따냈다. 전자전기 개발 사업이 한화시스템과 KAI가 설욕의 기회인 셈이다.
“전자전 장비는 우리가 한수 위”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은 전자전 장비와 항공기 개조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대한항공은 P-3C, 백두 1차 사업 등 군용기 개조 경험과 B777·A330 여객기 화물기 개조, UH-60 성능개량 사업 수주 등 풍부한 실적을 갖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민항기 개조부터 군용기 성능 개량, 감항인증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이번 전자전기 사업에서도 그간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수행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KF-21 통합전자전 장비, 함정·잠수함 전자전 장비, 신형 백두정찰기 임무장비 등 국가 전략무기 개발을 수행했다.
“항공기 개조는 KAI만 할 수 있는 일”
반면 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은 항공기 설계와 체계 통합, 감항인증 경험에서 우위를 주장한다. 민항기를 군용기로 개조하려면 감항인증이 필수다. KAI는 군·민용 감항인증을 1000회 이상 수행했고, 자체 시험평가 인프라를 갖춘 기업이다. 국산 전투기 KF-21EX와 유·무인 복합체계로 이어지는 기술 연속성도 강점이다. 한화시스템은 국산 AESA 레이더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임무장비와 소프트웨어 통합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다중 표적을 동시에 교란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 재밍 기술까지 확보해 장비 경쟁력도 한층 강화했다.
이번 사업의 수주 여부는 향후 수출 판로와도 직결된다. 국산 전자전기를 확보하면 해외 수출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F-21과 연계해 아시아·중동 시장에 전자전기를 패키지 수출할 수 있다면 국산 무기체계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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