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수사로 전환…檢 지휘부로 확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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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에서 확보한 관봉권의 띠지를 유실한 사건에 대해 대검찰청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21일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하고 김건희 특검팀이 위치한 광화문 KT웨스트빌딩으로 들어서는 전씨의 모습. 연합뉴스

‘건진법사 청탁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사건을 놓고 대검찰청이 21일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진상 파악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 만이다. 정 장관의 지시 직후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별도 조사팀(팀장 김윤용 대검찰청 감찰3과장)을 꾸려 그간 감찰을 벌여왔다.

"직원 실수" 해명에 의문…대통령실 특활비 의혹
대검은 이날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을 입건하며 감찰에서 수사로 전환했다. 대검이 감찰 착수 이틀 만에 곧장 수사에 나선 것은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사건이 단순한 실수나 해프닝이 아닌 서울남부지검 차원의 조직적인 수사 무마나 증거인멸 등 범죄 혐의로 연결될 가능성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은 띠지 분실에 대해 “경력이 짧은 직원이 현금만 보관하면 되는 줄 알고 실수로 버렸다”는 입장이지만, 대검은 관봉권의 흐름을 역추적할 핵심 단서인 띠지를 실수로 버렸다는 해명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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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한국은행’ 표시가 된 돈뭉치. =연합뉴스

문제가 된 관봉권은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검이 전씨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현금 1억6500만원 중 일부다. 관봉권 발행 날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사흘 뒤인 2022년 5월 13일로 기재됐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관봉권이 김건희 여사와 수시로 소통한 전씨의 자택에서 발견됐다는 점 때문에 이 돈의 출처가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전씨 자택에서 광봉권을 포함한 현금 다발을 압수한 이후 4개월 후인 지난 4월에야 내부 조사를 통해 띠지와 스티커가 분실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 뒤늦게 현금 뭉치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에 나섰지만 결국 이동 경로를 특정하지 못했다. 띠지 분실 사실을 알게 된 당시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등 지휘부는 물론 대검찰청 역시 별도의 감찰을 지시하지 않은 채 사실상 사건이 은폐됐다. 신 지검장은 지난달 1일 사임했다.

'띠지 분실' 은폐했나…檢 지휘부도 수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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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응석 남부지검장은 지난달 1일 사직했다. 관봉권 띠지 분실이 단순한 과실이 아닌 의도적인 증거인멸 사건으로 확대될 경우 신 전 지검장 역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관봉권의 경우 5만원권 100매(500만원)를 묶고, 이를 재차 10개 묶음(5000만원) 단위로 비닐에 넣어 띠지와 스티커를 부착해 금융기관에 유통된다. 관봉권 포장이 된 상태의 현금은 별도로 돈을 세어볼 필요 없이 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셈이다. 수사관이 압수한 관봉권 액수를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해체한 뒤, 실수로 띠지마저 버려 유실했다는 남부지검 측 해명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는 이유다. 관봉권 띠지·스티커에는 처리부서와 기계 식별번호, 담당자 코드, 검수 일시 등의 정보가 기재돼 있다.

검찰 압수물 사무규칙에 따르면 관봉권을 포함한 통화·외국환은 ‘특수압수물’로, 압수 이후의 보관 절차 역시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금고 등 견고한 설비에 보관(제17조)하고, 매달 압수물의 보관 상태를 점검해 점검부에 그 결과를 기재(제18조)해야 한다. 또 사무규칙은 “압수물이 범죄 수사와 공소 유지에 중요한 증명자료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압수물이 멸실·훼손·변질되지 않게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의의무 규정(제3조)까지 명시하고 있다.

대검은 수사 착수와 동시에 관봉권 띠지 분실을 둘러싼 사실관계와 사무규칙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된 이후엔 띠지 분실 사실을 확인한 이후 감찰을 포함한 아무런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은 대검·서울남부지검 지휘부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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