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육세율 상승, 상생금융 동원에 금융사 반발…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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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상생·생산적 금융 정책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형 금융사에 부과하는 교육세율을 2배로 높이기로 하면서 은행·보험사·카드사 등 업계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대규모 연체 채무 탕감을 비롯한 상생 금융 압박과 세수 동원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결국 금융회사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찬진 신임 원장은 오는 28일 20개 국내 은행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업권별 간담회를 잇따라 연다. 보험 업권은 다음 달 첫째 주, 금융투자업권은 다음 달 둘째 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이 원장이 내놓을 첫 메시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국내 은행들에 ‘이자 놀이’를 지적한 이후 각종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가장 반발이 큰 건 교육세법 개정안이다. 현재 금융·보험업자의 영업수익금에 0.5%의 교육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는 1조원 초과분에는 1%의 세율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특히 이 안은 영업이익이 아닌 영업수익(이자·배당금·수수료·보험료 등)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적자가 나도 매출만 높으면 세 부담을 해야 하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가장 큰 불만이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올해 총 5063억원의 교육세를 납부했다. 새 법안대로면 여기에 4758억원을 더해 총 9821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보험업계도 6개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NH농협·신한·KB)와 5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메리츠)의 추가 부담액은 연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잇따라 국회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세율이 인상되면 예금·대출 고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고, 손해보험협회는 “보험료에 이미 교육세가 반영된 상황에서 이중과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신업계도 “카드 수수료 인상이나 혜택 축소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기획재정부는 “각 업계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업권 별 특수성과 부담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취약계층 부채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두고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금융업계가 협상 중이다. 전체 필요 재원 8000억원 중 3500억~4000억원을 은행권이 낼 전망이다. 생산적 금융정책의 하나로 첨단전략산업을 위한 기금인 ‘10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도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민간 출연을 예고한 만큼 금융사들이 수천억원씩 부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중대재해 기업 신용평가 강화, 석유화학 기업 대출 만기 연장 등 정책에 금융계 동참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에선 최근 소수 주주(발행주식 총수의 0.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에게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도 발의했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수 주주가 소송을 남발하면 은행계 지주회사와 자회사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금융업계에 동참을 강조한 건 최근 은행들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은 1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3000억원(약 18%) 증가했다. 다만 보험사와 카드사 실적은 낮았다. 올해 상반기 5대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8%, 6대 생보사는 4.17% 감소했다. 주요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1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줄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등 금융회사엔 사회·경제에 돈이 필요한 곳이 잘 흐르게 해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공공 관련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한 수익 추구를 억제하면서 금융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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