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보] 건진법사 구속…아크로 출입 기록·샤넬백이 발목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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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21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전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으며 밤 늦게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됏다. 뉴스1
정치브로커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구속됐다. 전씨는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전씨 구속으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는 불법 정치개입 의혹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특가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씨는 “나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고초를 겪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는 이유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참여를 포기했다.
전씨는 윤석열 정부의 비선 실세이자 김 여사의 최측근 인사라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이날 구속된 혐의도 전씨가 김 여사와 공모해 8200만원 상당의 통일교 측 명품 선물을 받고, 청탁사항을 들어준 내용이다. 또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공천 명목으로 후보자들에게 금품 수수한 혐의가 있다.

박경민 기자
쫓겨난 소식에 승승장구한 건진…金과 17년 인연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씨가 윤석열 정부 시절 정치브로커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배경엔 김 여사와의 친분이 있다. 김 여사가 전씨 일가를 두고 “가족 같은 사이”(2023년 11월 김 여사 통화)라고 할 정도였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와 김 여사와의 인연은 최소 17년이다. 전씨는 2008년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79)씨와 처음 만났다. 2013년엔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고문 직함을 받았고, 전씨의 딸도 코바나컨텐츠 전시 행사 스태프로 일했다.
20대 대선 당시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상임고문으로 활동했으나, 무속인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윤 후보의 등을 두드리며 캠프 직원을 소개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결국 네트워크본부는 해산됐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전씨는 정치브로커로서 승승장구했다. 김 여사가 사용한 것으로 의심 받는 ‘건희2’로 저장된 연락처로는 “윤핵관이 제 사람을 쓰지 말라고 한다” 등 인사 청탁 문제를 따지기도 했다. 전씨 법당에서는 유력 검경 인사의 명함들이 발견됐다.
‘통일교 청탁의 키맨’ 윤영호(48·구속)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중앙일보에 “전씨는 김 여사를 연결해 준 인물”이라고 밝혔다. 전씨에게 2022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청탁한 A씨도 “건진법사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 정가에선 전씨에게 줄을 대면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코인사기, 샤넬백, 아크로 …‘비선’ 건진 발목 잡다
전씨의 발목을 잡은 건 코인 사기였다. 지난해 4월 400억원대 퀸비코인 사기 혐의 피고인 이모(47)씨 휴대전화에서 전씨의 2018년 공천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때 확보한 전씨의 휴대전화 일명 '법사폰'에서 여러 청탁 정황이 드러났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달 30일 구속전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전씨와 윤 전 본부장 사이의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2022년 4월과 7월 2000만원대 샤넬백 2개와 62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가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윤 전 본부장은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수주 특혜 등 통일교 청탁을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청탁용 선물의 행방을 찾지 못했고, 전씨는 “잃어버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심부름을 시켜 물건을 바꿔오게 했다”고 진술을 뒤집어야만 했다. 검찰이 샤넬 매장 압수수색 등을 통해 윤 전 본부장이 건넨 가방의 일련번호를 파악했고, 유 전 행정관이 다른 샤넬 제품들로 교환한 것을 확인하면서다.
지난 6월 사건을 이첩받은 특검팀은 아크로비스타 출입 기록을 확보했다. 2022년 7월 7일엔 전씨 처남 김모(56)씨가, 8월 1일 전씨가 아크로비스타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각각 샤넬백(7월 5일), 그라프 목걸이(7월 30일)을 받은 지 이틀 뒤였다. 유 전 행정관은 7월 8일 샤넬백을 다른 샤넬백으로 교환했다고 한다. 이런 증거에도 전씨는 지난 19일 특검팀에 출석해서도 혐의를 줄곧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지윤 기자
전씨 구속으로 전씨의 정치권 불법 개입 의혹 수사에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과 함께 통일교 교인 대거 입당 등을 통해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는 혐의이다. 전씨가 대기업으로부터 각종 청탁을 받기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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