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래 먹거리 '피지컬 AI' 예타 면제…전북·경남, 거점 경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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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관영 전북지사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정동영(전주병)·이성윤(전주을) 국회의원과 현대자동차 정현구 상무, 네이버 윤희영 이사, 리벨리온 신성규 CFO, 카이스트 김경수 부총장,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 김광수 원장, 전북대 양오봉 총장 등이 "당초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빠졌던 피지컬 AI 실증 인프라 예산 229억원이 정부의 2025년 2차 추경에 반영됐다"고 알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정동영 “피지컬 AI는 전북에서 시작”
지난달 8일 오전 전북도청 브리핑룸. ‘전북, AI혁명 열차에 선두로 탑승!’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은 기자회견장에 김관영 전북지사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정동영(전주병)·이성윤(전주을) 국회의원과 현대자동차 정현구 상무, 네이버 윤희영 이사, 리벨리온 신성규 CFO, 카이스트 김경수 부총장,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 김광수 원장, 전북대 양오봉 총장 등 산업계·학계 인사 10여명이 함께 등장했다. 당초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빠졌던 피지컬 AI 실증 인프라 예산 229억원이 정부의 2025년 2차 추경에 반영됐다는 낭보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마이크를 잡은 정동영 의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피지컬 AI는 전북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AI 주권을 결정짓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조찬포럼을 진행하면서 피지컬 AI 선도 사업이 국가전략사업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고, 올해 2월 현대자동차의 AI 테스트베드 공장인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를 견학해 벤치마킹에 나섰다”며 “(전북도는) 지난 3월 현대자동차·네이버·리벨리온·카이스트·성균관대·전북대와 MOU를 체결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했고, 수십 차례 머리를 맞댄 결과 7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태호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장과 위원들이 지난 6월 25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피지컬 AI 스타트업 마음AI를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피지컬 AI 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전북도 ‘속도전’, 경남도 ‘정중동’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불리는 피지컬 AI 분야 국내 메카 선점을 두고 전북특별자치도와 경남도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북도가 똘똘 뭉쳐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면 경남도는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정중동(靜中動)’ 모드다. 경남도는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최형두(창원시·마산합포구) 의원 지원에 힘입어 관련 추경 197억원을 확보했다.
두 지자체는 최근 피지컬 AI 관련 사업이 1조원씩(잠정)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겹경사가 났다. 국비 60%에 지방비·민자 40%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최종 확정까지 기획재정부(기재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등의 평가가 남았지만, 두 지자체 모두 “AI 산업을 지역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지난 20일 전북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피지컬 AI 핵심 기술 실증 사업 관련 1조원 규모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AI 주권 시대를 선도할 초대형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예타 면제라는 고출력 엔진을 달고 전북에서 본격적으로 출발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이재명, AI 관련 사업 예타 면제 의결
21일 과기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열고 1조원 규모 ‘협업 지능 피지컬 AI 기반 SW(소프트웨어)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사업’(전북도)과 ‘인간·AI 협업형 LAM(Large Action Model·행동 중심 AI) 개발 및 글로벌 실증 사업’(경남도) 등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의결했다. 다만 예타 면제는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와 과기부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 기술이 로봇·자율주행차·스마트기기 등 물리적 하드웨어와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단순 소프트웨어를 넘어 제조업·물류·헬스케어·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과 공공서비스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IA) CEO 젠슨 황은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2025’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는 인류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차세대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11일 완주군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피지컬 AI 모빌리티 실증 선도 사업 세미나에서 김관영 전북지사와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유희태 완주군수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관영 “피지컬 AI 실리콘밸리 만들겠다”
김관영 지사는 지난 20일 전북도청 브리핑에서 “AI 주권 시대를 선도할 초대형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예타 면제라는 고출력 엔진을 달고 전북에서 본격적으로 출발한다”며 “전북을 대한민국 피지컬 AI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이미 전북대 완주캠퍼스(완주군 이서면) 부지 18만㎡를 피지컬 AI 실증 단지 후보지로 확보했다. 피지컬 AI 전담 조직 신설과 특례 개정도 서두르고 있다.
전북도는 새 정부 추경으로 확보한 229억원을 밑천 삼아 2030년까지 1조원을 들여 국내 최초 피지컬 AI 테스트베드(실험장)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소·중견 제조업의 자동화·지능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제조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의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경남도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난달 14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 ㈜삼현에서 인공지능 전환(AX)을 시도하는 10개 기업 관계자와 간담회를 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경남도
경남도 ‘제조 AI 중심지’ 표방
창원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경남도는 ‘제조 AI 중심지’를 내세운다. 앞서 경남도는 지난달 “2차 추경에서 확보한 국비 197억원을 사람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이 공장을 가동하는 ‘경남형 제조 챗-GPT’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피지컬 AI 시범 사업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삼현·CTR 등 도내 자동차 부품 관련 중견 제조기업 8개 사의 데이터를 수집·실증해 피지컬 AI를 개발하는 시범 사업이다.
이 사업엔 구글클라우드코리아·서울대·경남대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예정이다. 경남도는 이번 시범 사업과 지난해 확보한 ‘초거대 제조 AI 서비스 개발 사업(208억원)’을 연계해 6000억원(민자 등 포함 1조원) 규모 정부 피지컬 AI 사업까지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AI 전담 부서인 인공지능산업과도 새로 만들었다. 과기부 관계자는 “피지컬 AI 관련 사업들이 예타 면제 대상이 된 건 맞지만,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며 “차후 적정성 검토까지 마쳐야 구체적인 사업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최종 예산은 변동될 수 있다”고 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정부-이통사 AI 투자협력 선언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열 경쟁” “행정력 낭비” 우려도
일각에선 새 정부가 ‘전 분야 인공지능(AI) 대전환’을 강조하다 보니 지자체 간 과열 경쟁에 따른 행정력 낭비와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자체는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너도나도 역점 사업을 새 정부 기조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AI 같은 첨단 산업은 겉은 화려하지만 고용 등 파급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는 정부 지원에만 매달리지 말고 각 지역의 산업 구조와 특성에 맞는 사업을 꾸준히 발굴·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국무회의에서 AI 산업 선도 지역으로 전북·경남(창원)을 비롯해 광주(데이터 실증)·대구(로봇) 등 4곳을 지정했다. 각각 광주시와 대구시가 미는 ▶인공지능 대전환(AX) 실증밸리 조성 사업(6000억원) ▶AX 연구·개발 허브 조성 사업(5500억원)도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광주시는 모빌리티(이동수단)와 에너지 산업을 AI 분야로 전환하는 실증 사업에 집중하고, 대구시는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AI 로봇 수도’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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