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비 부진에 건설 쇼크…정부도 0%대 성장률 공식화 [경제성장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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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0%대 성장을 공식화했다.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발표와 함께 기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다. 상반기 부진했던 내수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극심한 건설 투자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 관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수출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불황형 흑자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22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고,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기존 1.8%에서 0.9%포인트 낮췄다.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0.8%)보다는 높고, 평균 1.0%인 해외 IB(투자은행) 8곳의 눈높이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2분기 0.6% 성장하며 1분기 역성장(-0.2%) 충격을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1%대까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연간 0.9%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거의 1%대 중반 수준의 성장을 해야 하므로 쉬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성장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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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2년 2.7%, 2023년 1.6%, 2024년 2.0%로 최근 3년간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반등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도리어 지난해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이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 경제의 부진은 눈에 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2.9%, G20(주요 20개국)은 2.9%다. 미국과 유로존 전망치도 각각 1.6%, 1.0%로 한국보다 높다.

다행히 내수 경기는 흐름이 반전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계엄에서 탄핵으로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1분기 -0.1%(전기 대비)로 부진했던 민간 소비는 2분기 0.5% 상승했다. 2022년 2분기부터 역대 최장인 1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소매판매액 지수도 올해 2분기엔 감소 폭을 -0.2%까지 축소하며 3분기 플러스 전환 가능성이 커졌다. 추경을 통해 전 국민에게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가 반영될 거란 기대다.

지난해 12월 88.2까지 급락했던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올해 7월 기준 110.8까지 상승했다. 약 4년 만의 최고치다. 누적된 고물가 영향과 가계부채가 여전히 소비심리 회복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금리 인하 효과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회복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수출도 우려했던 것보단 선방하는 모양새다. 전체 수출은 연간 0.2% 증가할 전망인데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불확실성이 상당 폭 해소된 영향이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반도체와 선박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자동차와 철강 등은 상반기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전망엔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수입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연간 0.6% 감소하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950억 달러 수준의 흑자를 나타낼 전망이다. 당초 전망보다 150억 달러 증가했다. 수출 감소 폭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다.

반가운 내수 회복과 상대적으로 잘 버텨준 수출 지표에도 정부가 큰 폭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건 충격적인 건설투자 성적 때문이다. 앞서 KDI는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기존 전망보다 3.9%포인트 낮은 -8.1%로 예상했다. 정부의 이번 전망치도 -8.2%로 거의 같았다. 당초 예상보다 투자 감소 폭도 크고, 회복도 더디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김 국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선행지표인 수주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며 “수주가 실제 투자로 반영되는데 통상 4~8분기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좀 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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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1%포인트씩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거로 내다봤다. 다만 현 단계에서 3차 추경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1.8%에서 2.0%로 높여 잡았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 가격 등이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내수 회복세에 따라 하반기 물가가 출렁일 여지가 있지만,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큰 폭의 변동은 없으리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취업자는 당초 목표치(12만명)보다 5만명 늘어난 17만명으로 전망했다. 올해 취업자 수는 1월부터 7월까지 이미 18만명 증가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공공 일자리 등을 포함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를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다. 올해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정부가 현실을 반영해 올해 0%대 성장률을 전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투자는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이고, 관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며 “내년 성장률은 기저효과에 따라 올해보다는 낫겠지만,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추경을 할 것인지 등 정책 대응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기 여건을 고려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 2026년 예산안을 편성할 계획이다.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는 “경기·민생 활력 제고, 무역 환경 변화 대응 등에 초점을 맞춰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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