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국엔 특사 보낸다…시진핑은 못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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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중국 특사 파견과 수석보좌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7일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한다. 이 대통령의 연쇄 방일·방미를 앞두고 정부의 특사 파견은 중국을 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특사단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일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중국이 과거부터 한국에 불만을 표출할 때 해왔던 전형적인 길들이기 수법을 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박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통령 특사단은 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특사단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 민주당 의원,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도 포함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사단은)중국 주요 인사들을 면담하고 한·중 관계 발전 방향 및 양국 간 우호 증진 방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중국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지속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전달하는 한편 양국 간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의 교류와 협력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특사단은 이 대통령의 친서도 중국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강 대변인은 “(친서에는)양 국민의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한·중 관계를 만들어 가자는 대통령님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부연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 김경록 기자
다만 특사단이 시 주석을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한다. 25일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의 면담과 오찬이 예정돼 있는데, 이 자리에서 왕이 부장에게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특사단은 시 주석을 오는 10월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사단은 이어 26일에는 한정(韓正) 국가 부주석, 자오러지(趙樂際)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각각 면담한다.
대통령 특사단이 중국 땅을 밟고도 시 주석을 면담하지 않고 돌아오는 건 흔치 않다. 강 대변인은 “일정 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나 전승절 등 중요 행사는 이달 31일 이후부터 열린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해명이란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특사단이 시 주석을 꼭 만날 필요는 없고, 한·중 정상이 경주에서 직접 만나는 것이 더 의미있다”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한·미 동맹의 틈새를 파고들거나, 한국 정부의 친중 기조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이 과거부터 써왔던 길들이기 수법을 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5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중 했을 때도 중국은 시 주석이 상석에 앉는 모습을 연출, ‘하대 논란’을 불렀다. 당시 중국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포(당시국무총리·왼쪽)가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하고 있다. [베이징공동취재단]
이번에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 기조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 대통령이 미국을 먼저 찾는 것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중국은 이 대통령을 전승절 행사에 초청했는데, 이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거절하고 미국을 찾는 모양새가 된 데 대한 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참석 차 24~26일 미국을 방문한다. 이를 의식한 중국이 대통령 특사단에 대한 ‘면담의 급’을 의도적으로 낮춘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사단의 방중 기간 진행되는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대중 견제 기조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미 측은 ‘동맹 현대화’ 등이 담긴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이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특사 단장인 박 전 의장은 정치권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힌다. 6선 의원이자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일대일로 협력포럼의 정부 대표단장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난 적이 있다.
김태년 의원은 국회 한중의원연맹 회장을 맡아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고, 박정 의원도 중국 우한대 등에서 객좌 교수를 지냈다. 노재헌 이사장 역시 중국을 깊이 이해하는 인사로, 1992년 한·중 수교를 이끌어 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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